5%만 잡아도 1조…美 '휴미라' 시밀러 시장 노리는 K바이오

삼성에피스 '하드리마'
고농도·저농도 두가지 제형 갖춰
오가논과 협업 영업 시너지 기대
셀트리온 '유플라이마'
시트르산염 제거 주사통증 줄여
제품 직판 체제…가격 5% 낮춰


지난해 미국에서 매출 24조 원을 올린 초대형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리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이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 계산으로 5%만 가져와도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양사는 사운을 걸고 시장 점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프로젝트명 SB5·성분명 아달리무맙)’를 전격 출시했다. 셀트리온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통해 휴미라 복제약 ‘유플라이마’를 2일 론칭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의 미국 내 물질특허가 올해 만료되면서 새롭게 열린 복제약 시장에서 한국 대표 업체들의 도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휴미라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2002년 출시한 바이오의약품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면 지난 수년 간 매출 기준 세계 1위 의약품 자리를 지키며 ‘블록버스터 중의 블록버스터’로 불렸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12억 3700만 달러(약 28조 원) 어치가 팔렸다. 이 가 운데 미국은 약 88%인 186억 1900만 달러(약 24조 원) 규모에 달한다.


휴미라는 유럽에서 먼저 특허가 만료돼 2018년부터 현지에서 바이오시밀러가 판매됐고 미국은 올해 물질특허가 만료됐다. 워낙 큰 의약품이다보니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암젠이 1월 말 처음으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서 출시했고 7월 초 삼바에피스와 셀트리온 외에도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코헤러스 등이 각각 제품을 론칭했다. 이달 산도스까지 복제약을 출시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와 10여 개 안팎의 복제약이 경쟁하는 구도가 짜여진다.


통상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 대비 가격을 낮게 책정한다. 그러면 오리지널 약도 약가를 인하한다. 약 값이 싸지면 시장이 축소될 것 같지만 수요가 늘어 전체 시장 규모는 복제약 출시 이후에 오히려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저농도(50㎎/㎖)와 고농도(100㎎/㎖) 두 가지 제형을 모두 갖춘 게 최대 장점이다. 고농도 제품은 주사 횟수나 투약량을 줄일 수 있다. 두 제형 모두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산도스 뿐이다. 하드리마 마케팅과 영업은 현지 파트너사 오가논이 맡는다. 삼성바아오에피스는 강력한 현지 영업망을 갖춘 오가논이 하드리마를 시장에 조기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한승 삼성바비오에피스 사장은 “지난 4년 동안 미국 외 시장에서 약 680만 개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하며 실제 처방 및 임상 데이터를 갖췄다”며 “하드리마가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는 고농도 제형으로만 출시됐다. 약에서 시트르산염(구연산염)을 제거해 주사 시 통증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조너선 케이 미 매사추세츠 의과대햑 교수는 “FDA 승인을 받은 휴미라 복제약 중 시트르산염이 없고 고농도 제형인 제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유플라이마는 만성 환자들의 투약 불편을 줄여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플라이마는 도매가격(WAC)을 오리지널 대비 5% 낮은 6576.5달러(2회 투여분 기준)로 책정했다. 유통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맡는 직판 체제다. 직판은 파트너사가 없어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고 매출액을 남과 나눠가지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현지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셀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미 시장 특성상 보험사의 의약품 처방집과 선호의약품 등재가 시장 선점의 핵심”이라며 “다수의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협상을 진행 중인데 미 인구의 40%를 커버하는 보험 시장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마스 누스비켈 셀트리온헬스케어 미 법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유플라이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미 전역에서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며 “미 법인의 커머셜 역량을 적극 활용해 유플라이마 처방 확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