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역대 최저인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 목적의 대출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준다. 특히 개인의 경우 대출 한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된다.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주거 안정 등을 위해 이런 내용의 부동산 대책이 담겼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 동결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이게 높아지면 과세표준이 올라가 세금이 늘어난다.
당초 시장에서는 정부가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정부는 동결을 선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종부세 주택분 징수액이 1조 5000억 원인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했을 때 이 정도의 세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종부세 부담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리게 되면 2020년 수준보다 세금이 더 많아지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를 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 종부세 세수는 약 5조 7000억 원으로 전년(추경 기준)보다 3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조차도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가정하고 산출한 수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대폭 내린 것은 세법 개정 전까지 일종의 임시 조치였는데 세법을 정상화했으니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며 “세입 결손을 최소한 보충하려는 시도라도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또 최근 빗발치는 역전세·전세사기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7월 말부터 1년간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를 일시 완화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임대소득/이자비용)을 당초 1.25~1.5배에서 1.0배로 낮추고 개인의 대출 한도는 DTI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보증금 반환 기일이 도래했으나 역전세 상황에 처한 집주인으로 대출금액은 보증금 차액 내 지원이 원칙이다. 다만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을 경우 후속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 우선 상환을 전제로 대출 한도 내 전세보증금을 대출해준다. 이번 규제 완화로 연소득 5000만 원인 차주의 대출 한도(금리 4%, 만기 30년)는 DSR 규제 적용 시 3억 5000만 원인 데 비해 DTI 규제 적용 시에는 5억 2500만 원으로 1억 7500만 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역전세로 집주인이 추가로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평균 700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된 만큼 대출 한도를 1억 7500만 원 늘려주면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DTI는 이자비용만 보는 반면 DSR은 신용대출·자동차·카드론 등 타 대출의 원리금까지 반영하는 만큼 기준을 DSR에서 DTI로 바꾸는 것으로도 보증금이 오른 폭만큼 추가 대출을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도 강화한다.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 전세자금에 23조 원을 추가 투입해 총 44조 원을 공급하고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적용 연간 납입 한도도 24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전세금 반환 보증료를 30만 원까지 전액 지원하는 한편 신혼부부 대상 주택 구입, 전세자금 특례 대출의 소득 요건도 전세 6000만 원, 매매 7000만 원에서 전세 7500만 원, 구입 8500만 원으로 완화해 주기로 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연내 10만 7000가구가 공급되는데 하반기 중 공공임대 3만 8000가구에 대한 입주자모집·입주 등이 실시된다. 아울러 2024년 상반기까지 신규 공공택지 15만 가구도 발표한다. 소상공인에 임차료를 인하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 지원 일몰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연장하고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도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