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만 다룬 장애인입법 장벽 허물어…'국회 속 수족관' 깼죠" [이사람]

['장애인 편견 없는 세상' 앞장…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상임위-부처 소관 범위 넘어 입법 활동
의약외품 등에 점자 표기 의무화 이뤄내
사회 약자 지원에 부처간 칸막이 없애고
'복지위=장애인전담 상임위' 편견도 깨야
국회 인적 구성 법조인·중년 남성 중심에
'민의 반영'이라는 본연의 취지 잘 못살려
소수의 목소리 대변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장애인 권익을 위한 활동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지난달 1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갈채를 받은 주인공은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영입 인사 1호로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피아니스트 출신의 젊은 정치인 김예지 의원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다른 장애인들의 고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는 생육 환경에 따라 최종적으로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물고기 ‘코이’ 이야기를 전했다. 이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성장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 속 어항과 수족관’에 비유하며 어항을 깨달라고 호소했다.


4일 서울경제신문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태도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를 ‘앓고 있다’거나 극복했다’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장애는 앓거나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이자 다른 삶의 형태라는 시각으로 접근해달라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김 의원이 활동 중인 국회 상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다. 하지만 김 의원은 소속 상임위의 범주를 넘어 지난 3년간 장애인의 권익 개선 정책 마련에도 힘써왔다. 장애인의 이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만 다룰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간 대표적으로 추진한 장애인 관련 정책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표기 확산, 장애인 학대 범죄 처벌 강화 입법 등이다. 그중에서도 점자 표기 확산 노력의 효과를 김 의원 자신이 먼저 체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 기관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점자를 활용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후 처음에는 (정부 부처 등에) 점자 자료를 요청해도 받을 수 없거나 한참 걸린 후에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처들도 점자 자료 작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러한 경험은 변화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속한 문체위 및 소관 부처·기관과 다르게 다른 상임위는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등 부족함을 느껴서 대정부질문을 이용해 법제사법위원회 소관인 장애인 학대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려고 했다”면서 “장애인 예산은 여러 정부 부처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국회 참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보건복지위원회가 장애인 문제를 담당할 상임위원회로 여겨지고 장애인 의원들이 배치돼왔는데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려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장애인 이동 문제는 국토교통위원회, 고용 문제는 환경노동위원회, 교육은 교육위원회에서 다뤄지듯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장애인 문제를 잘 알고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을 꼽았다. 현재 입법부는 법조인과 중년 남성 중심인 국회의원 인적 구성이 많은 탓에 민의 반영이라는 국회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여성과 장애인·예술 같은 소수 분야가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안내견 ‘조이’를 닮은 인형을 안고 서 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조이는 2018년부터 김 의원과 함께하고 있다. 권욱 기자

21대 국회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일로는 ‘일상 생활에서의 변화’를 이끌어낸 입법을 꼽았다. 국회에서 김 의원이 2021년 7월 대표 발의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식품법)과 2020년 7월 대표 발의한 약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식품, 종합감기약·소화제처럼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인 의약외품의 겉면 또는 포장에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나 음성 및 수어 영상 변환용 코드 표시가 의무화됐다. 식품법은 내년 상반기, 약사법의 해당 내용은 내년 7월 각각 시행 예정이다.


김 의원은 “아직 시행되지 않아 의무가 아님에도 점자나 음성 및 수어 영상 변환용 코드가 표기된 제품이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내기만 해도 많은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각장애인의 손쉬운 정보 획득을 위한 자료 이용 범위 확대는 또 다른 관심사다. 김 의원은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면서 “저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 이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 동안 통과되기를 바라는 가장 대표적인 법으로는 2021년 10월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꼽았다. 이 법안은 장애인이 각종 저작물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을 위한 복제 대상을 현행 어문 저작물에서 전체 저작물로 확대하고 시각·청각장애인 및 보호인이 장애인이 인지할 수 있는 대체 자료로 변환해 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올해 4월 소관 상임위인 문체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해 있다.


그는 4월 대표 발의한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은 범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인데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을 후속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김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학대특례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임기가 약 1년 남은 국회의원 활동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장애인 권익을 위한 입법 활동을 계속 펼쳐야겠다는 의지가 높아진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3년간의 국회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인이 지향해야 할 방향도 정립됐다고 김 의원은 소개했다. 그는 “문제에 대해 평가하고 불평하는 것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해결을 위해 입법·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이 할 일”이라고 했다. 짧다면 짧은 3년간의 의정 생활에서 정립된 소신 한 가지는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제가 대변해야 할 분들의 입장이 가장 먼저로, 정치적인 입장은 없다”며 “심부름꾼으로 왔으면 그에 맞게 해야지 자꾸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장애인 권익 개선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현재는 직업이 예술가에서 정치인으로 바뀌었지만 사실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때도 장애인 권익을 위한 공연 기획과 정책 제안, 강연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했고 국회에서는 같은 목적의 입법·정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장애인 권익 향상과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끝으로 “누군가의 가치관·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디에서든 우리 사회의 장애인 권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She is… △1980년 △2004년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 △2007년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악원 대학원 석사 △2014년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 대학원 박사 △2015~2020년 유니온 앙상블 예술감독 △2019~2020년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피아노교수학전공 초빙대우 교수 △2020년~ 국민의힘 장애인위원회 고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2021~2022년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