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기로 했다가 법원이 ‘퇴짜’를 놓았다. 정부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이의 절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와 유족·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전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제3자 변제안에 거부 입장을 고수해온 강제 동원 소송 원고 4명에게 지급할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법원에 공탁했지만 이 가운데 1건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불수리 결정된 1건은 양금덕 할머니 건이고,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은 반려 결정됐다. 법원은 양 할머니는 사전에 법원에 ‘제3자 변제를 통한 공탁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 할아버지의 경우는 공탁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법원 판단에 대해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공탁제도는 공탁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해 운영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며 “공탁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의 제기를 신청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1건의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며 “즉시 이의 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하겠다”고 전했다. 공탁법에 따라 공탁 신청 불수리 결정에 대해서는 당사자에 한해 관할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정부가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당사자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을 때는 변제할 수 없다는 민법 제469조에 따라 이 공탁은 무효”라며 “위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탁 절차를 개시한 것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본격화하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물타기’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정의기억연대·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은 단순히 돈 몇 푼 받자는 게 아니라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받고자 하는 것”이라며 “치졸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