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KTX 광주송정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완성차 6대를 실은 거대한 ‘카캐리어’ 트럭 수십 대의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트럭에 실린 차는 스포티지부터 셀토스·쏘울까지 모두 기아(000270) 오토랜드 광주(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었다. 도로를 내달리던 트럭들은 수출을 위해 목포항으로 방향을 틀거나 신차를 기다리는 국내 고객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호남의 최대 자동차 생산 시설이다. 총면적만 해도 축구장 166개를 합쳐놓은 119만 ㎡에 달한다. 1~3공장은 셀토스·쏘울·쏘울전기차·스포티지·봉고 등 기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상용차를 생산하며 하남공장에서는 대형 버스인 그랜버드와 군수차도 만든다. 하루에 약 2100대의 8개 차종이 이곳에서 탄생한다.
8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근무 중이라는 설명을 들은 터라 공장 내부가 작업자로 붐빌 것 같았지만 1공장에 들어서자 예상과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 대신 로봇과 기계만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용 강판을 차의 골격에 맞게 자르고 틀에 찍어내는 프레스 공정에서는 로봇이 1분에 9개, 시간당 540개의 금형을 쏟아냈다. 자동화율 100%를 달성한 차체 공정에서는 210개의 로봇이 금형을 능숙하게 이어 붙였다.
실제로 프레스와 차체·도장 라인을 걷는 10여 분 내내 공장 내부에서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동화 수준이 높았다. 지게차로 자재를 옮기는 작업자만 간간이 보이는 정도였다. 세심한 작업이 필요한 조립 공정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기아가 지난해 KT와 함께 설치한 ‘인공지능(AI) 가상펜스’도 이 공장의 특징이다. 협착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대형 리프트 아래에 사람이 있으면 AI가 인식해 리프트를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다. 3차원 라이다 센서가 공간을 감지하고 AI가 위험 상황을 판단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현재 AI 가상펜스는 조립과 차체·도장 라인에도 설치됐다. 1공장 관계자는 “AI 기술 도입 초기에는 일부 오류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점차 시스템이 안정화됐다”며 “공정 곳곳에 설치되며 안전한 작업을 돕고 생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은 1998년 당시 연간 6만 대도 생산하지 못해 존폐 기로에 처했던 기아 오토랜드 광주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생산량은 47만 2479대로 24년 만에 8배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