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나 비혼 동거 관계인 파트너로부터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 10명 중 9명 꼴로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폭력 발생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한 비율도 53.3%에 달했다.
여성가족부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 조사로 만 19세 이상 남녀 906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서 ‘파트너’는 비혼 동거 관계의 상대방을 의미하며, 혼인 연령 상승과 비혼 관계 증가 등 변화 추세를 반영해 비혼 동거 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에 따르면 폭력 발생 이후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92.3%로 집계돼 2019년 조사 결과인 85.7%보다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피해 경험 여성 89.7%, 남성 96.7%가 외부에 도움을 청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폭력 발생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도 53.3%를 기록해 2019년 조사 결과(45.6%)보다 늘었다.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폭력이 심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46.1%, ‘그 순간만 넘어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40.7% 등이 가장 많았다.
성별에 따라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 대응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남성 56.1% △여성 40.6%로 나타나 남성의 경우가 더 많았다. 반면 ‘폭력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여성 11.8% △남성 4.0%로 여성이 더 높았다.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우 그 대상은 △‘가족이나 친척’ 3.9% △‘이웃이나 친구’ 3.3% △여성긴급전화1366 1.2% △경찰 0.8% △‘가정폭력 상담소·보호시설’ 0.3% 순으로 나타나 관련 기관보다 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36.9% △‘그 순간만 넘기면 되어서’ 21% △‘부부 간에/파트너와 알아서 해결할 일인 것 같아서’ 20.5% 순이었다.
한편 지난 1년 간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여성 9.4%, 남성 5.4%로 집계돼 전체 평균 7.6%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이뤄진 조사 결과인 △여성 10.9% △남성 6.6% △전체 8.8%보다 감소한 수치다.
여성의 경우 중복 응답을 포함해 △정서적 폭력 6.6% △성적 폭력 3.7% △신체적 폭력 1.3% △경제적 폭력 0.7% 순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남성은 △정서적 폭력 4.7% △신체적 폭력 1.0% △성적 폭력 0.8% △경제적 폭력 0.2%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이 중 경제적 폭력의 경우 ‘생활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일부러 주지 않았다’, ‘재산을 동의 없이 처분했다’, ‘수입과 지출을 독점했다’, ‘상대방의 돈이나 재산을 빼앗거나 빚을 지게 했다’ 등의 문항에 응답한 경우에 해당한다.
가정폭력 경험율이 지난 조사보다 감소한 원인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가정폭력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범죄라는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폭력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가정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가정폭력·스토킹 예방 캠페인 홍보를 통해 피해자 지원 기관의 인지도도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