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은 애초 분양가보다 평균 1억원 이상 상승한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올해 1∼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 3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분양권은 평균 10억3152만원에 팔려 평균 분양가(9억667만원)보다 1억2485만원 비싸게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평균 14% 오른 가격에 팔린 셈이다.
이번 분석에서 입주권, 도시형 생활주택, 취소된 거래, 직거래는 제외됐다.
분양권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단지는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였다. 이 단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20건의 분양권이 거래돼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주상복합' 분양권은 5건, 강동구 천호동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 분양권은 3건 각각 거래됐다.
이 밖에 강동구 성내동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노원구 상계동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은평구 수색동 'DMC SK VIEW 아이파크포레', 은평구 수색동 'DMC아트포레자이',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2단지' 분양권이 거래됐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 주상복합' 전용면적(이하 전용면적) 84.97㎡(49층)는 2019년 4월 분양 당시 분양가가 8억3100만원이었으나, 올해 5월 분양권은 5억8385만원(70%) 오른 14억1485만원에 거래돼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이 단지 84.97㎡(31층)도 올해 5월 분양가보다 5억1900만원(62%) 오른 13억5000만원에 팔렸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84.993㎡(27층)는 2019년 7월 분양가(10억530만원)보다 4억9000여만원(49%) 오른 14억9000여만원에 이달 20일 손바뀜했다.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프리미엄이 사실상 거의 붙지 않는 단지도 있었다. 다만 39건의 거래 중 분양가를 밑도는 하락 거래는 없었다.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2단지' 59.74㎡(23층)는 작년 4월 분양가(10억1150만원)보다 323만원 오른 10억1473만원에 지난달 팔렸다.
같은 단지 49.96㎡(9층)도 분양가(7억5890만원)보다 500만원 오른 가격에 지난달 매매됐다.
리얼투데이 김웅식 리서치연구원은 "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분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수년 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됐던 서울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자금 조달 등에 숨통이 트인 수요자들이 웃돈을 주더라도 원하는 단지, 층수 등을 선별해 매입하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등이 전반적으로 완화되면서 자금 여력이 되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로 향후 분양권 거래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분양권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 조항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점은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또 높은 양도소득세율도 거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분양권을 당첨일로부터 1년 내 팔 경우 시세차익의 70%, 그 이후 팔 때는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가산된다.
여 수석연구원은 "전매 제한 완화 효과는 시장에서 분양권 거래 증가로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양도세율이 높고 실거주 의무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권 거래가 단시간 급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