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장비 전문 기업인 필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일반 청약 결과 16조 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중형급 공모주들의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하반기 조 단위 대형 공모주 청약 흥행 기대감도 높아지게 됐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가 이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액의 절반을 납부하는 증거금이 총 15조 75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신규 상장사 중 최대 규모다. 최종 통합 경쟁률은 1318.3 대 1(미래에셋증권(006800) 기준 1379 대 1), 총 청약 건수는 66만 1381건이다.
일반 공모 물량(70만 3125주)의 절반을 확률에 따라 배정하는 균등 배정 주식 수는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기준 약 0.6주다. 최소 청약 주식 수(10주) 이상 청약한 투자자는 60%의 확률로 1주를 받거나 아예 못 받을 수 있다. 인수사인 삼성증권(016360)의 균등 배정 주식 수는 약 0.3주다. 필에너지는 10일 납입을 거쳐 14일 코스닥에서 첫 거래될 예정이다.
코스닥 IPO 시장에서 청약 증거금이 10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7월 1335억 원(공모가 5만 원)을 공모한 성일하이텍(365340)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성일하이텍 청약에는 20조 1431억 원의 증거금이 모이며 120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가비스(420770)(공모액 954억 원)와 알멕(354320)(공모액 500억 원)은 각각 9조 8215억 원, 8조 4725억 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필에너지의 청약 흥행은 필에너지의 공모 구조가 시장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의 27.8%로 낮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없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의 의무 확약 비율은 올 공모주 중 가장 높은 59.2%에 달했다. 핵심 고객사인 삼성SDI가 2대 주주(상장 후 지분율 15.95%)라는 점도 안정적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공모 규모가 1000억 원에 가까운 필에너지·기가비스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달 말 팹리스 기업인 파두(최대 공모액 약 1939억 원)를 필두로 시작되는 조(兆) 단위 ‘대어’들의 IPO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서울보증보험 등 공모 규모가 수천 억 원대로 거론되는 곳들의 상장도 8월 이후 막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