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방류 문제에 대한 안전성 검토 종합 보고서를 공개했다.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2년간 진행해온 평가 작업을 일단락하는 것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후 희석해 방류하려는 일본의 계획이 IAEA의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염수 문제에 관한 거칠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면서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IAEA는 원자력 시설 및 관련 활동에서 높은 수준의 안전을 전 세계적으로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국제 안전 기준 체계를 구축해왔다. IAEA 안전 기준 체계는 기본안전원칙·안전요건·안전지침의 세 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이에 근거해 회원국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안전성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안전성 평가 활동에서는 11개국의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을 포함한 IAEA의 태스크포스(TF)가 방류 계획 전반을 검토해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IAEA는 방류 단계에서도 안전성 검토를 지속하고 현장에 상주해 방류 상황을 직접 확인하며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이후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IAEA와 협력하면서 현장 상황을 신뢰성 있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일본이 수행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가 타당하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ALPS 처리수 방류가 지역주민에게 미칠 수 있는 최대 방사선량이 3만분의 1밀리시버트 수준이다. 일반인 안전 기준인 1밀리시버트나 개별 원전에 대한 관리 기준인 0.05밀리시버트에 비해 매우 낮은 값이다. 배관 파손이나 탱크 누설 등 비상 상황에서도 주민이 받는 방사선 피폭은 규제 기준의 수백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분석들은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에서 인정하는 방법론에 따른 것이다. 도쿄전력은 배출 지점을 기준으로 남북 방향 490㎞, 동서 방향 270㎞ 해역에 대한 방사능 확산 분석을 수행해 실질적인 영향이 좁은 범위로 제한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IAEA 보고서는 이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방출구에 가까운 비교적 좁은 영역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는 결론과 연결된다.
IAEA 보고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영하지만 정당성을 폄훼하거나 내용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주장이 분담금을 많이 납부하는 일본 측의 영향을 받은 불공정한 보고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올해 분담률(7.758%)이 중국(14.505%)의 절반 수준이고 IAEA TF에 한국·중국·러시아·베트남·마셜제도 전문가들이 모두 포함됐다는 것을 안다면 그렇게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ALPS의 성능 검증이 충실하지 않았다는 비난도 타당하지 않다. ALPS를 거친 후 최종 방류 단계에서 희석 전후의 방사능 농도가 안전성에 가장 중요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확인·검증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류를 통한 축적이나 장기적인 영향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는데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안전 기준이 수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절대적인 노출량이 너무 적어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할 의미가 없다.
오염수 탱크의 저장 용량에 몇 달간의 여유가 있고 일본 현지에서도 반대하는 그룹이 있기 때문에 실제 방류가 언제 시작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제는 우리 바다, 우리 해산물, 우리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의 태도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국민이 있으므로 정부는 후쿠시마 현지 상황과 우리 해역 및 수산물 안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실과 과학이 더욱 힘을 얻어 막연한 공포가 우리 사회를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