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최저임금 인상땐 GDP 감소…저소득층 피해 크다"

"인상 폭 클수록 GDP는 줄고 물가 올라"
"업종별 차등화로 경제영향 최소화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대폭인상,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최초 제시한 최저임금 1만2210원이 확정되면 국내총생산(GDP)은 1.33% 감소하고 물가지수는 6.84%포인트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저임금의 쟁점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은행·통계청·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부터 확보한 경제지표를 CGE(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모형에 적용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9620원으로 동결하거나 1만원, 1만1000원, 1만2210원으로 인상할 경우를 가정한 뒤 한국표준산업분류 대분류에 속하는 19개 산업에 나타날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모형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폭이 커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함께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동결할 경우 GDP는 0.12% 감소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0.6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정할 경우 GDP는 0.19% 감소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1.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나리오별 GDP와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경연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 업종별로 최저임금 차등을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설계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시나리오에는 산업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비율(최저임금 미만율) 수치가 활용됐다. 각 산업별 최저임금 미만율을 추정한 뒤 이 수치가 전체 평균보다 높은 산업일 경우 평균보다 같거나 낮아지도록 최저임금을 설정해 그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최저임금 1만2210원은 GDP를 0.73% 감소시키고 소비자물가지수는 3.1%포인트 증가시킨다. 최저임금을 전체 산업에 일괄 적용한 시나리오보다 GDP와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각각 45%, 55%씩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설정했을 때도 GDP는 0.06% 감소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0.24%포인트 증가해 최저임금 일괄 적용시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50%, 61%씩 줄일 수 있었다.


아울러 한경연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가 저소득층에서 가장 크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분배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은 최저임금이 9620원을 유지할 때 약 10.7%, 최저임금이 1만2210원으로 상승할 때 27.8%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근로소득의 변화 폭은 줄었으며, 소득 10분위의 경우 거의 모든 세부 시나리오에서 소득 변화가 0%였다.


보고서는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며, 업종별 차등화 제도를 도입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고 저소득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2025년부터는 최저임금 차등화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경제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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