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보건의료인력의 업무 범위를 새롭게 정비하고,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를 보장 받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자적으로 간호법을 제정하는 대신, 모든 보건의료 직역 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간호법 대안을 모색하다-의료·요양 통합서비스 운영을 위한 해결과제'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간호와 의료, 돌봄과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보는 가운데 간호법마저 국회 통과 목전에서 불발되며 사실상 대안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간호법 추진부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진 과정을 보면 보건의료직역 단체 간 밥그릇 싸움하는 것으로 비춰졌다"며 "국회는 표를 의식한 나머지 어정쩡한 대응으로, 정부는 정책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만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간호법이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미래 지향적 보건의료서비스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행하겠다는 내용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간호사의 역할을 강화하면서도 간호조무사 관련 내용은 기존 의료법 규정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등 관련 직역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서 간호인력만 별도로 분리해 독자적 발전 방안을 모색한 점이 아쉽다는 게 이 교수의 견해다. 이 교수는 "독자적으로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개정해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인력의 면허와 자격,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양성과 수급, 처우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율해야 한다"며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간호법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보건의료인력이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에 관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보건의료 관련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돌봄 서비스에 관련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나임순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에 관련된 사회보험재정의 낭비도 줄이고, 돌봄 대상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는 해법의 하나로 70년된 의료법의 돌봄서비스 관련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 밖에서, 재택에서 의료인들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나눠주고 다른 직역들과 상호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주 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의료요양돌봄체계는 의료와 복지가 같이 공조 되어야 하나 이원화 된 보건복지부 조직은 노인보건복지 통합 공조를 이루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노인의료요양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정치적 안배보다는 비용대비 효과측면을 고려해 비용효과성이 높은 곳에 예산을 투여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