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은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 담즙을 저장하는 장기다. 여기에 악성 종양이 생겼을 때 담낭암이라고 불린다. 담낭암은 세계적으로 발병률 23위의 드문 질환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발병률 9위의 다빈도 암으로 분류괘 환자가 결코 적지 않다. 담낭암은 담낭을 구성하는 세포에 유전적 변이가 쌓이면서 종양세포가 발생하는 게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 세포가 끊임없이 분열하며 담낭암이 악화된다. 담석으로 인한 만성염증은 담낭암 발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일부 담낭 용종이 담낭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문제는 담낭암만의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고 대부분 진행된 병기에서 발견된다. 질병이 진행되면서 복통·황달·가려움증·체중감소·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증상마저 다른 질병과 유사해 진단을 늦추는 원인이 되기도 하다.
이처럼 진단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수술적으로 완치가 쉽지 않다. 대다수 환자가 고식적 항암치료를 받는데 항암치료를 받더라도 전이성 담낭암 환자의 생존기간(중간값)은 11~12개월에 불과하다. 병원에서는 원인 불명의 복통이나 황달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초음파 검사나 전산화단층촬영(CT)을 통해 담낭 벽을 촬영한다. 이 때 담낭 벽의 비후나 혹을 발견하면 담낭암을 의심할 수 있다. 전이가 없는 경우 수술을 통해 담낭을 절제하고 조직검사를 통해 담낭암을 최종 진단하게 된다. 그에 반해 원발 담낭암과 함께 전이 소견을 보인다면 담낭보다 조직검사가 좀 더 편한 부위의 조직을 확보해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전이성 담낭암을 진단할 수 있다.
전이가 없는 담낭암은 수술로 모든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외과적 치료가 가능하다. 간혹 영상 소견만으로 담낭염으로 판단하고 담낭염 수술을 진행했다가 담낭 조직검사 결과를 보고 염증이 아닌 암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원발암 주변의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재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종양이 담낭을 넘어 주변 장기를 침범하는 전이성 담낭암으로 진행됐다면 이미 암세포가 혈액을 통해 퍼진 것이기 때문에 혈액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전신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요법 중에서는 분열하는 세포에 작용하는 세포독성항암제에 환자 몸의 면역세포를 돕는 면역항암제를 추가로 투여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담낭암은 암 연구와 신약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 유럽에서 발병률이 낮은 탓에 다른 암 질환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환자나 조직, 세포주 등 관련 자료가 부족해 연구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아직은 담낭암이 왜 발생하는지는 물론이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조차 다른 암에 비해 알려진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담낭암 환자들은 비교적 제한된 종류의 약제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환자들의 담낭암 조직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종양 유전자 돌연변이, 종양 주변 미세환경 등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약제를 선택해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