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하한가 사태로 홍역을 치른 다올투자증권이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다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빠르게 2대 주주로 부상한 '슈퍼개미' 김기수씨가 경영권 인수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입니다. 김씨 측이 지분 매입 제안을 했다는 보도에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인수 제안을 전해들었다”는 다올측의 해명에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증권가에서는 김씨측이 추가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합니다.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슈퍼개미와 다올투자증권을 둘러싼 논란을 점검해보았습니다.
9일 김씨가 대표로 있는 프레스토 투자자문은 해명자료를 통해 “김 씨는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에게 지분 매입을 제안한 사실이 없다”며 “잘못된 보도로 인해 주가에 부당한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 매체가 김씨가 다올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 지분(25.26%)을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박이었죠. 김씨는 차액결제거래(CFD)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지분 14.34%를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랐습니다. 김 씨와 특수관계인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하지 않고 단순 투자의 한 종류인 ‘일반투자’로 밝혔습니다.
다올투자증권 측도 김씨로부터 공식적인 인수 의사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 회장측도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며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다올 관계자가 “제3자로부터 ‘김씨가 경영권 인수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바는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죠. 간접적으로 접촉이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김씨측은 “근거 없는 풍문을 언급하며 주가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은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다올투자증권에서도 명백히 이를 밝혔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씨측의 반박에도 시장에서는 슈퍼개미의 추가 지분 매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짧은 시간 안에 2대 주주가 됐고 현재 대주주와의 지분율이 14%포인트(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에 주목하며 적대적 M&A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슈퍼개미 유준원씨가 2018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을 인수했던 전례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더합니다. 본지는 김씨측에 추후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눈치 보기를 하면서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7일 오전 4% 급락세를 보이며 출발한 주가는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5.86% 오른 3975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인수설을 두고 다올과 김씨간의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올투자증권이 “김 씨 측의 지분취득과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김씨가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분산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김씨는 자신 명의로 다올투자증권 지분 7.07%를, 부인 최순자 씨 명의로 6.4%를, 사실상 가족회사인 순수에셋을 통해 0.87%를 나눠 매입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10% 넘게 보유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됩니다. 김씨측은 이에 대해 “김 씨 및 특별관계자는 적법하게 지분을 취득했고 투명하게 공시를 이행했다”며 “자본시장의 건전한 투자자로서 향후에도 관련 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김씨가 투자 목적을 정정할지도 관심사입니다. 투자보유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 참여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단순투자와 일반투자는 모두 경영권에 영향을 줄 의사는 없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단순투자는 의결권 행사와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고, 일반투자는 단순투자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유형으로 배당금을 확대하라는 등의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경영 참여는 회사 임원을 선·해임할 수 있고 회사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수 제안이 현실화하려면 현재 일반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목적을 재공시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분 보유 보고 시점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 계획이 없더라도 경영 참여 목적이 있다면 보고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중요한 사항을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중요한 사항의 기재를 누락한 자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죠. 현 상황에서는 인수 제안이 사실이라면 의결권 제한을 받을 수도 있는 셈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2020년 반도건설도 이같은 이유에서 보유 지분 8.2% 가운데 3.2%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 바 있죠. 법원은 반도건설이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공시하기 전부터 경영 참여 목적이 있었음에도 변경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