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연일 새마을금고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범정부 실무 지원단’을 발족하는 등 ‘뱅크런’ 진화에 총력을 다하면서 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수신금리 경쟁 당시 신규 유치한 대규모 예적금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경제신문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월별 수신 잔액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 만기 도래가 예상되는 예적금 규모를 추산한 결과 3분기는 물론 4분기에 예금 이탈과 이자 지급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신 경쟁의 여파로 지난해 3분기 3%대였던 수신금리가 같은 해 4분기 5%대로 급격히 오르면서 여윳돈을 예치하려는 신규 고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새마을금고의 월별 수신 잔액 순증의 합산 규모는 약 5조 7000억 원, 4분기 11조 1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10월 239조 2082억 원, 11월 244조 6025억 원, 12월 251조 4209억 원으로 나타났는데 전월 대비 수신 잔액이 줄어든 10월을 제외하고 수신 잔액이 늘어난 11월과 12월만 고려하더라도 4분기 신규 취급액은 12조 20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 도래에 따른 예적금 인출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새마을금고는 최근까지도 다른 제2금융권보다 높은 수신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올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는 4.37%로 저축은행 4.04%, 신협 4.14%, 기타 상호금융(농협·수협·산림조합) 3.82%보다 높았다.
새마을금고뿐만 아니라 지난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던 저축은행과 다른 상호금융(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업권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신 규모가 작긴 하나 수신금리 경쟁 후폭풍이 닥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협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월 대비 월별 순증한 수신 잔액의 합산 규모는 약 3조 18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지난해 3분기 3%대의 월별 수신금리를 적용할 경우 올해 3분기 만기를 앞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은 1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정부가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예적금 이탈 규모는 감소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등 ‘범정부 대응단’에 따르면 주말 전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이달 7일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은 전날보다 1조 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해지 고객들의 재예치 건수도 7일 하루에만 3000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행정안전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등과 확대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10일부터 ‘범정부 새마을금고 실무 지원단’을 발족해 한층 강화된 대응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이달 6일 정부 합동 브리핑 이후 새마을금고 예적금 인출 규모와 속도가 둔화되고 재예치 금액과 신규 가입 수도 증가하는 등 예금 유출 양상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