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을 비롯한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체제로 전환을 서두름에 따라 현대오토에버(307950)의 차량용 소프트웨어(SW) 플랫폼 ‘모빌진’도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빌진은 현대오토에버가 글로벌 차량SW 표준 ‘오토사(AUTOSAR)’에 맞춰 독자 개발한 플랫폼으로 차량의 여러 기능을 연결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차량 SW는 선박과 미래항공교통(AAM) 등 모빌리티 전반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모빌진은 현대오토에버의 주요한 먹거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모빌진을 포함한 현대오토에버의 차량SW 부문 1분기 매출은 14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8억 원)보다 41.4% 급증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8%로 1년 만에 3%포인트 늘었다. 차량SW가 회사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2021년 2분기 당시만 해도 매출이 896억 원에 그쳤는데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차량SW 부문의 고속 성장에는 모빌진이 크게 기여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등 자동차가 달리는 스마트 기기로 변화 중인 데다 업계가 SDV 체제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며 차량SW 플랫폼의 수요가 함께 증가해서다. SDV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주행 성능, 편의·안전 기능 등을 꾸준히 개선할 수 있는 자동차를 뜻하는데 이러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려면 안정적인 차량SW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오토사 표준에 따라 개발된 플랫폼 중에서도 현대오토에버의 모빌진은 우수한 품질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모빌진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 주요 제조사와 부품사의 200종류 이상 제어기에 탑재돼 자동차 양산에 안정적으로 적용된 이력이 있다. 오토사와 관련한 특허 수로만 봐도 글로벌 2위 규모다. 특허 검색엔진 키워트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가 보유한 오토사 관련 글로벌 특허는 64건으로 로버트 보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차량SW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늘어나고 있어 모빌진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년 뒤면 현대오토에버의 차량SW 부문 매출이 1조 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5년이면 모빌진 매출이 3000억 원에 도달하고 내비게이션까지 포함한 전체 차량SW 연매출은 9000억 원에서 1조 원 수준도 가능할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제네시스 G90, 기아(000270) EV9 GT-라인 등 레벨3 부분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할 차량에는 고부가 제품인 ‘모빌진 어댑티브(AD)’가 적용될 예정이라 수익성 개선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모빌진 AD는 향후 30여 차종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자동차 뿐 아니라 모빌리티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현대오토에버는 HD현대(267250)의 자율운항 선박 전문 기업 아비커스에 모빌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2025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아비커스가 자체 개발한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에 모빌진을 적용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DV 도입 과정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현대오토에버”라며 “향후 차량SW는 AAM, 선박, 로봇, 방산 등 비(非) 자동차 분야로 빠르게 확장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