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심각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빠진 가운데 현지 금융 당국이 ‘대출금 상환 1년 연기’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의 투자 매력 자체가 크게 떨어져 이번 응급처방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인민은행과 중국 국가금융규제국은 10일 공동성명에서 내년 이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을 포함해 일부 미상환 대출의 만기가 1년 연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건설 중인 주택의 인도를 촉진하려는 차원에서 금융회사에 부동산 기업들과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 협상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4월에 31.6%로 정점을 찍은 신규 주택 판매 증가율은 5월 6.7%로 떨어진 뒤 6월에는 -28.1%로 추락했다. 6월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성수기임에도 신규 주택 판매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지난 3년간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쉽지 않았던 이사·결혼 등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매물은 급증했다. 중국 부동산연구기관인 E하우스차이나연구소에 따르면 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13개 주요 도시의 5월 기존주택 매물은 지난해 12월 대비 25% 늘었다. 특히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에서는 지난해 두 달 넘는 봉쇄를 겪은 영향인지 자산가 중심으로 해외 이민 붐이 일면서 매물이 82%나 증가했다.
부동산중개 업체 센탈린에 따르면 상하이의 3월 매물은 약 10만 채였으나 4월에는 약 20만 채로 급증했다. 반면 거래 건수는 3월 2만 4000건에서 4월 1만 7700건, 5월 1만 5300건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와 약한 경제 전망 속에 상하이의 주택 매도 증가는 추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악순환에 갇혔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러다 보니 지방 도시 100여 곳에서 올해 상반기에 쏟아낸 부동산 대책은 대출 규모 확대, 주택 구입 보조금 확대, 주택 구매 제한 철폐, 계약금 비율 인하 등 300여 건에 이른다. 상하이시는 5월부터 기준을 충족하는 다자녀 가정의 대출 한도를 최대로 늘려주고 있다. 집을 처음 사는 경우 대출 규정이 20% 상승해 개인은 최대 60만 위안, 가족 대출 한도는 최대 120만 위안까지 늘어났다. 광저우시는 6월 2명 이상의 자녀(최소 1명은 미성년자)가 있는 가족이 첫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 한도를 30% 올렸다. 새 정책에 따라 1인당 최대 대출 한도는 78만 위안, 2인 이상일 경우는 130만 위안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예상보다 나쁜 상황이다. 외국인의 탈중국이 늘고 중국인의 저출산 심화로 수요가 감소해 당분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주택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예금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2분기 정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7%가 올해 3분기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조사(14.4%) 때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수입원이 사라진 중국 지방정부는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의 대규모 방역 지출 비용까지 누적돼 지방정부의 재정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 지방정부는 공식적인 자금 조달 외에 특수법인인 ‘지방정부융자기구(LGFV)’를 통해 돈을 끌어다 쓰고 있다. 이는 명목상 민간기업이라 지방정부 부채에 잡히지 않고 공식적으로도 해당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LGFV를 포함해 숨겨진 부채가 얼마나 될지 파악조차 되지 않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빚까지 포함하면 지방정부 부채는 66조 위안(약 1경 1890조 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커위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반등하려면 수조 위안 규모의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민들도 지갑을 열지 않아 당초 예상됐던 ‘보복 소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도 낮아지는 추세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5.5%에서 5.2%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