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찾은 강원도 영월 상동광산. 갱도를 따라 100m 가량을 지하로 내려가자 전파가 끊긴 휴대전화는 먹통이 됐다. 1.6km에 달하는 이곳 갱도에서 사용 가능한 무선 이동통신은 KT(030200) 뿐이다. KT 가입자는 갱도 끝의 이른바 ‘막장’에서도 지상에서처럼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송수신과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KT와 알몬티대한중석이 공동 개발한 ‘통신기반 광산안전DX(디지털전환) 솔루션’ 덕분이다.
KT와 알몬티대한중석이 광산 내부까지 네트워크망을 구축한 목적은 ‘안전 확보’다. 갱도 내부 작업자가 ‘SOS’ 스마트버튼을 누르자 지상 관제센터에서는 곧장 작업자 위치와 심박수는 물론 사고 지점의 공기질·온도·진동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물인터넷(IoT)의 손길이 지하 깊숙한 곳까지 닿아 안전한 작업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국내 광산에서 일어난 산업재해는 총 364건으로 피해자는 393명에 달했다. 광산은 돌발 상황에 대응이 쉽지 않은 곳이다. 붕괴·유해가스 누출 등 사고 유형도 다양하고 비상 상황 공유도 어렵다. 사고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는 광산 수익성 악화까지 부른다. 강동훈 알몬티대한중석 광산운영기획이사는 “광산은 재해로 영업이 정지되면 타격이 매우 커 안전율이 올라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산 내 통신 인프라 설치에는 난관이 많다. 갱도는 굴곡이 심하고 지형지물이 전파 송수신을 방해하는데다 채굴이 진행될수록 구조와 작업장 위치도 변한다. KT는 이를 극복하고 LTE 회선을 설치하기 위해 신호를 외부로 방사하는 ‘누설동축케이블’을 도입했다. 1.2km에 달하는 케이블을 광산 천장에 달고, 이 자체가 길다란 기지국 역할을 해 음영구역이 없다. KT 관계자는 “300m마다 전용 앰프를 설치해 손실된 전파를 증폭시키고 새로 구축하는 갱도에는 과거 TV 수신용으로 쓰이던 ‘야기안테나’를 임시로 설치해 채굴 중에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향후 16km의 채굴 전 구간을 100% 커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 내부에 구축한 통신 인프라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안전한 채굴을 지원한다. 작업자들은 스마트폰·밴드·태그 등을 착용해 위치정보와 심박수 등 생체정보를 실시간 전송한다. 광산 곳곳에 비치된 센서는 공기 질과 수위, 온도와 진동 등 환경 정보를 기록한다. 수집한 정보는 관제센터의 ‘인공지능(AI) 기반 광산안전시스템’으로 전송돼 관제센터에서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시행하거나 비상 상황 발생 시 알람을 울리고 탈출로와 피난처를 원격으로 안내할 수 있다. 모든 데이터는 AI로 분석·학습돼 장기적인 안전 관리 개선에 활용된다.
KT와 알몬티대한중석은 광산안전DX 솔루션을 기반으로 광산 생산·운영을 자동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추후 채굴 장비의 원격 제어와 차량 자율 주행 시스템 등을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양사는 솔루션의 공동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국내외 확장에도 나선다. 강 이사는 “상동광산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의 알몬티 소유 광산에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