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내년에 신설되는 첨단융합학부 신입생(218명)을 가을부터 뽑는 가운데 강의실과 교원 확충 등 밑그림을 완성했다. 하지만 대형 학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신설되지 않고 1년 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되면서 학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최근 송준호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를 첨단융합학부 준비단장으로 임명하고 자연과학대 건물(18동) 한 채 중 일부를 첨단융합학부 전용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확보했다. 또 첨단융합학부에서 강의할 교수 43명 중 13명은 소속 변경이나 겸직 등을 통해 기존 교수진으로 활용하고 30명을 새로 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준비단 측은 교육부에서 교원 증원 신청을 승인할 경우 올해는 일단 교수 10여 명만 새로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은 1학년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 차질이 없을 만큼의 인원만 확보하고 나머지 인원은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준비단 측은 첨단융합학부가 신설됨에 따라 공간 및 시설 비용, 교수진 인건비 등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교육부에 관련 예산 수백억 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얼마를 승인해 배치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우선 1학년 학생들만 문제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218명이라는 대형 학부의 신설 준비를 1년 만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서 학생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학생들은 건물 증축 없이 신규 학부 강의실을 확충함에 따라 기존 재학생들의 사용 공간이 축소되거나 기존 교원의 소속이 신규 학부로 변경되면서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 역시 올 5월 성명문을 내고 장학금, 교원 수급, 공간·교통·학생 생활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공대 학생회는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자 같은 달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한 뒤 “첨단융합학부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기존 공대 진로나 연구 분야와 겹칠 수 있는 지점을 조사하고 중복 분야에서 공대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알렸다.
준비단 측은 8월 1일 공청회를 열어 학내 전체 의견을 조회하고 수렴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형 학부가 1년 만에 급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청회를 통해 학생과 교직원 등 모두가 학부 신설로 인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는 올 4월 교육부로부터 첨단 인재양성을 위한 첨단융합학부 신설을 승인받아 2024학년도부터 기존 신입생에 더해 이 학부 소속 학생 218명을 추가로 받게 됐다. 이는 지난해 7월 정부가 첨단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수도권대의 입학 정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신입생 중 148명은 당장 이번 가을부터 수시 모집 전형을 통해 선발된다. 2024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3학기 동안 교양 커리큘럼을 배운 뒤 4학기부터 5개 전공(차세대지능형반도체·지속가능기술·혁신신약·디지털헬스케어·융합데이터과학) 중 1개를 주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