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원 고액 의견서’ 논란에…“금지된 영리업무 아냐”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63건 법률의견서 써준 대가로 18억원
비밀유지의무 이유로 자료 제출 거부
이해상충 논란에 “회피·기피 신청할 것”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권영준(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형 로펌에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고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논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금지된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권 후보자는 이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특별회위원회에서 ‘매년 연봉의 3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을 벌이들인 것은 송구스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권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로펌에 의견서를 써주고 과도한 보수를 받은 점을 질타했다. 권 후보자는 2018∼2022년 사이 김앤장 등 7개 대형 로펌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는 대가로 총 18억1500여만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본업은 게을리하고 영리업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연구를 성실하게 하려고 매우 노력했다. 그동안의 강의평가, 연구실적 등을 통해 판단해달라”면서 “학자로서 독립성을 생명으로 여겨왔다. 소신에 기초해 학자적 의견을 개진했고, 입장과 배치될 경우 의뢰를 거부했다”고 답했다. 이해상충 우려에 대해서는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면서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의견서를 써준 로펌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서 정한 모든 신고·회피 신청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의견서가 제출된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의견서는 저의 개인 정보 뿐만 아니라 로펌의 정보라고 볼 여지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국내 법원에 제출된 경우엔 원칙적으로 공개가 불가능한 소송기록도 있다. 법적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또 다른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출하기 어렵다”고 했다.


권 후보자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유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8년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의 재판에서 하나금융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 측의 요구로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고, 하나금융이 승소하면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우리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국제중재재판은 밀행성이 요구되는 사건으로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도 성향으로 평가되는 권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인 서경환(21기) 후보자와 함께 오는 18일 퇴임을 앞둔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됐다. 특정 성향의 후보자가 제청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만큼 김명수 대법원장이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제청권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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