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세종-구리고속도로 건설사업 일부 구간에서 시속 140㎞의 초고속 주행이 가능한 도로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해 279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11일 발표한 ‘주요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사업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도로공사는 2017년 9월 안성-구리 구간 일부(34.1㎞)의 설계 속도를 기존 시속 120㎞에서 시속 140㎞로 상향 조정하기로 사업 내용을 변경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2018년 7월 초고속 주행이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관련 도로구조규칙 개정 절차를 중단했다.
초고속 주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도로를 직선화하고 폭은 넓히도록 도로구조규칙을 개정해야 하고,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더 강화한 도로안전 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도로구조규칙 개정을 멈췄을 당시 해당 구간 공정은 거의 진행되지 않아(공정률 최대 0.27%) 도로공사는 큰 매몰 비용 없이 설계를 다시 시속 120㎞ 기준으로 바꿀 수 있었는데도, 당초 설계 그대로 공사를 진행했다. 결국 시속 140㎞ 계획대로 공사를 밀어붙이면서 투입 공사비는 이전보다 279억원이 늘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이 감사 중 해당 구간에서 시속 140㎞ 속도로 안전하게 주행이 가능한지 살펴본 결과 중앙분리대 등 도로안전시설이나 교량 바닥판도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기 배출 통로(풍도)에 쓰는 내화재 설치 설계 역시 심각한 부실이 적발돼 감사원이 도로공사 관련자 2명은 징계하고 2명은 주의하라고 요구했다.
이 외에 총 24개 공구로 구성된 세종-구리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사업비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15개 공구에서 121억원의 사업비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나 시정을 요구했다고 감사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