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진 '러軍 전사자' 4만7000명… 통계로 찾았다

우크라 침공했다 파괴된 러시아 전차들. 사진=AP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철저히 숨겨온 우크라이나전 전사자가 4만7000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메디아조나는 독일 튀빙겐대의 데이터 과학자와 함께 지난해 2월부터 이뤄진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러시아 군인 수를 추적했다.


결과는 최대 4만7000여명이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얻어낸 수치다.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데이터를 활용한 추적 방식이다. 앞서 메디아조나와 BBC 러시아어 서비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과 공동묘지 사진을 바탕으로 전사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이후 자원봉사자를 통해 이름만 노출된 사망자 신원을 다수 출처를 통해 일일이 확인했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2월부터 올 7월까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죽은 것으로 확인된 러시아 병사는 2만7423명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되지 않은 전사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상속 통계를 이용해 추산했다. 이때 코로나19로 전체 사망자를 추산하던 초과사망 개념을 함께 활용했다.


초과사망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목받은 개념이다. 이는 보건 기반시설이 열악해 감염자 수가 파악되지 않거나 정권이 정치적 이유로 보건통계를 조작하는 국가에서 실제 사망 규모를 파악하는 데 쓰이고 있다. 평년보다 급증한 사망자 규모를 그 시기 최대 위험인 코로나19 감염과 이에 따른 보건체계 붕괴에 따른 사망으로 보는 데 무리가 없던 것으로 평가됐다.


메디아조나와 메두자는 상속 사례의 증가를 사망 사례로 판단했다. 분석결과 2022년에 15~49세 남성에 대해 발생한 상속 건 수는 1년전 보다 2만5000건 많았다. 올해 5월27일까지 기간을 늘려보면 사례는 4만7000건까지 올랐다.


이는 남성에게서 사망이 급증했다는 게 단순히 낮은 확률의 실현일 수도 있지만 전사자를 가리키는 수치일 수도 있다는 평이다.


튀빙겐대의 데이터 과학자 드미트리 코박은 자신이 운용한 코로나19 초과사망 추산 기법을 러시아에 별도로 적용했다. 그 결과 2022년에 50세 이하 러시아 남성이 예상보다 2만4000명 더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상속통계 분석 결과와 거의 비슷한 수치였다.


이번 데이터 과학을 토대로 한 우크라이나전의 러시아군 전사자 최대 4만7000명은 러시아의 공식 발표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는 전사자가 6천명 정도라고 한 차례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한 바가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러시아군 명예훼손 방지법을 시행했다. 이 법에 따르면 전사자 규모를 운운할 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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