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다가구주택 두 채(13가구)를 등록한 임대사업자 A 씨는 최근 보증금 반환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4가구가 방을 빼겠다고 통보하면서 한 번에 6억 1000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 탓이다. A씨는 “빌라 전세 기피 현상이 심해 세입자를 새로 구하기 어렵다”며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이마저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역전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빌라 임대업자들 사이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자진 말소할 수 있는 길을 터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집을 팔아서라도 보증금 반환을 할 수 있도록 비아파트 장기 등록임대에 대한 자진 말소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등록임대주택을 임의로 처분할 경우에는 가구당 3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과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그간 받았던 세제 혜택에 대한 환수 조치가 이뤄진다. 매수자가 임대사업자 지위까지 인수하면 처벌은 피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성 회장은 “임대 등록을 말소하지 않으려면 매수인이 기존 임대 기간과 상관없이 다시 10년을 임대해야 한다”며 “장기간 임대료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까지 적용돼 임대사업자 지위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2020년 폐지된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 임대의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받은 임대사업자에 한해 자진 말소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의무 사항인 임대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임대사업자의 임대 보증금 보증은 공시가격의 150%까지 허용했지만 앞으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마찬가지로 공시가격 126%선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록임대제도는 무주택 임차 수요 대응 차원에서 안정적인 재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임대사업자의 자진 말소를 허용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임차인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안기거나 제도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 회장은 “임차인 동의를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자진 말소를 허용한다면 임차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진 말소 시 기존 세제 혜택에 대한 환수 조치는 어쩔 수 없지만 과태료 처분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