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달러로 'MMF 투자' 가능해진다

자산운용사 6곳 법인용 상품 출시
예금보다 고금리에 안전성도 높아
기업 단기 외화자금 효율적 운용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전경. 서울경제DB


자산운용 업계가 외화 표시 머니마켓펀드(MMF)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MMF가 외화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만큼 기업 자금이 관련 상품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는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우리자산운용 등 6개사가 1개씩 총 6개의 법인용 미국 달러 MMF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외화 MMF는 단일 통화로만 납입·운용·환매할 수 있다. 펀드 재산을 전부 잔여 만기 5년 이내 국채, 1년 이내 채무증권 등 외화 표시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수출 대금 등 법인이 단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안정적·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라며 “나머지 3개사는 금융감독원에서 승인을 통지받기 전이라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기존에는 MMF의 투자 대상이 원화 표시 자산에만 한정됐다. 업계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국내 수출기업이 쌓아둔 외화 자금도 운용 자산이 돼야 한다며 관련 MMF 출시를 요구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마침내 외화 MMF를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는 올 6월 7일 정례회의에서 ‘금융투자업 규정’ 일부 개정 고시안을 의결하고 외화 MMF에 편입할 수 있는 해외 채무증권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장에게 해외 신용등급을 국내 등급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뒀다. 그 직후 금투협은 외화 MMF를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법인용 상품부터 출시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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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번 MMF 출시로 예금에만 쏠린 수출기업들의 외화자산 운용 수단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MMF가 은행에 예치할 때보다 고금리를 보장하는 데다 안정성도 금융투자 상품 가운데는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나아가 외화자산의 상당액이 은행에서 금융투자 업권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나타날 공산도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기업 예금 잔액은 826억 7000만 달러(약 106조 6443억 원)에 달했다. 이 중 85%인 822억 9000만 달러가 미국 달러 자금이었다. 기업의 외화예금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7일짜리 MMF의 연이율은 3.76%인 반면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시중은행 외화 보통예금 금리의 연이율은 0.01%에 불과했다.


MMF 상품이 이미 기업들의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운용 업계의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원화 MMF 순자산은 이달 10일 기준 164조 원으로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924조 7000억 원의 17.7%를 차지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하루만 예치해도 수익을 지급하는 외화 MMF가 기업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제공할 것”이라며 “법인용 미국 달러 MMF 출시를 계기로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 중국 위안화 등 다양한 외화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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