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086520)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가 12일 시장 예상을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출렁였다. 에코프로그룹주의 기록적인 상승세의 동력이었던 수익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흔들리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적정 가치를 넘어선 주가 움직임에 증권사조차 분석에 손을 뗀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이날도 주가 방어에 나서며 공매도에 베팅한 외국인투자가와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12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5만 6000원(5.74%) 내린 92만 원에 거래를 마치며 황제주(주가 100만 원)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에코프로비엠도 1만 6000원(5.42%) 내린 27만 9000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200원(3.46%) 빠진 6만 1400원을 기록했다.
주가 급락은 2분기 어닝쇼크가 배경이다. 이날 에코프로는 2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전년 대비 2.1% 줄어든 1664억 원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의 예상치(2250억 원) 대비 26% 낮다. 매출은 2조 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4% 증가했다지만 전망치(2조1776억 원) 대비 7.5% 밑돌았다.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영업이익이 1147억 원으로 전년보다 11.5%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1283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양극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 하락 여파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리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분기 판가가 5% 떨어졌고 전환 투자에 따른 일시적 출하 부진, 예상보다 늦어지는 전동 공구 수요 회복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그룹주는 개인들이 열광하는 주식이 되면서 주가 향방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는 3개월 동안 100% 가까이 급등했고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 산정을 포기했다. 최근 3개월간 분석 보고서를 낸 곳은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뿐이다. 실적에 대한 견해를 물어도 답을 꺼리는 연구원이 다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이 각각 25조 원, 28조 원을 넘어선 마당에 이익이 몇 백억 원 덜 나왔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이미 예상 밖으로 크게 오른 상황에서 시장에서 기대했던 만큼 고공 성장한 것으로 나오지 않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그룹주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도 폭증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공매도 선행지표인 대차잔액이 6일 기준 1조 2509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개미 군단은 진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밈(meme) 주식’이 되면서 주가를 계속 밀어 올리고 있다. 개인들은 이날도 주가 강세에 대한 기대감을 접지 않았다. 개인은 에코프로비엠을 1323억 원어치 사들이며 외국인(-320억 원)과 기관(-1080억 원)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에이치엔도 각각 562억 원, 86억 원씩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가 기대되는 데다 2차전지 핵심인 양극재 생산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해낼 수 있는 계열사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이유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수주 계약이 상반기 내 지연됐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수주 증가세가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