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비전문 취업(E-9)’ 비자 쿼터와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외국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국적 선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도 확대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2차 빈일자리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추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고용률은 63.5%로 역대 최고를, 실업률은 2.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다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빈 일자리가 지속되는 등 업종에 따라 노동시장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최근 고용 호조세가 공고화될 수 있도록 근로 여건 개선과 외국 인력 활용 등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선 외국 인력 비자 쿼터를 확대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외국 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하반기 중 숙련기능인력(E-7-4) 쿼터를 기존 500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대폭 늘릴 것”이라며 “E-9도 내년도 쿼터 확대와 허용 업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E-9 쿼터를 지난해 6만 9000명에서 올해 11만 명으로 늘린 바 있다.
빈 일자리 해소 방안에는 해운업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대책도 담겼다. 국적 선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승선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적 선원 10명 중 7명(68%)은 5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문제 의식이 발단이 됐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국적 선원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적정 규모의 국적 선원을 유지하는 것은 해운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국가 필수 과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국적 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한도가 확대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외항 상선 및 원양어선 선원에 대한 근로소득 비과세 한도는 월 300만 원이다. 다만 해당 한도가 10년 넘게 동결돼 임금 상승에 맞춘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 노동계는 최근 정부에 비과세 한도를 소득 전액으로 확대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국적 선원이 일정 승선 기간을 충족할 경우 소득 전액을 비과세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비과세 금액 확대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단) 구체적 한도는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항 상선 승선 기간도 단축한다. 현재 외항 상선 선원의 근무 체계는 6개월 승선, 2개월 유급 휴가로 2008년 노사정 공동 선언 이후 15년째 그대로다. 이에 해수부는 연내 15년 만의 노사정 합의를 추진해 근무 체계를 4개월 승선, 2개월 유급 휴가로 개편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승선 기간 단축 및 유급휴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 외항 상선 선원의 근무 체계는 3개월 승선, 3개월 유급휴가다.
폐기물 처리 클러스터 구축 방안도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폐기물 처리 등 자원 순환업은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시설 현대화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며 “자동화·집적화된 지역별 거점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지역 청년 등 신규 인력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도 조성한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한 모펀드를 마중물 삼아 지역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추 부총리는 “(해당 펀드는) 지역 활성화를 타기팅한 최초의 정책펀드”라며 “올 하반기 펀드 출시 및 대상 사업 선정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무리해 내년 1분기 중 실제 펀드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