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당국, MMF 규제 강화… 급격한 자금이탈 방지 목적

순자산 5% 이상 환매시 수수료 부과
'스윙 프라이싱'은 업계 반발로 제외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증권당국이 최근 들어 다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단기금융상품 머니마켓펀드(MMF)의 대량 환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강화된 규제를 꺼냈다. 대규모로 환매할 경우 일정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골자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한 달 만에 약 8000억달러가 빠져나간 사태를 재현하지 말자는 취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2일(현지 시간) MMF의 급격한 시장 변동을 막기 위한 규정 개정안을 표결을 거쳐 3대2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우선 기관투자가는 하루에 MMF 상품 순자산의 5%를 초과하는 규모로 환매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한 개별 펀드의 초단기자금 비율을 늘리도록 했다. 이에 따라 1일 만기 자산의 비중을 종전 10%에서 25% 이상으로, 1주일 내 만기되는 자산 비중은 30%에서 최소 50%로 상향해야 한다.


MMF는 고객의 자금을 주로 CP(기업어음)와 CD(양도성예금증서) 등 수익이 높은 단기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실적배당상품으로, 만기가 대부분 1년 정도로 짧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크레인데이터 통계를 인용해 MMF 평균 금리가 지난달 말 기준 4.81%로 은행 예금계좌의 0.42%에 비해 훨씬 높다고 전했다. 여기에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까지 겹치며 MMF에 들어간 자산 규모는 올 초 4조8000억 달러에서 더 늘어나 현재는 약 5조5000억 달러(약 7000조 원)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민주당이 지명한 SEC 위원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메커니즘인 ‘스윙 프라이싱(swing pricing)’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윙 프라이싱은 펀드에 자금을 넣거나 환매하는 투자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로,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대량 환매는 펀드 비용을 증가시키고 남은 주주의 자산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와 공화당 지명 위원들이 이에 반대했고, 그 대신 이번 규제안이 통과됐다고 FT는 덧붙였다.


MMF는 은행 계좌와 달리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보증받지 못하는 등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을 때 투자자의 환매 요청이 쇄도하면 다른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고 금융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통과된 규정은 약 18개월 이내에 발효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규제안에 대해 에릭 팬 미국투자기업협회(ICI) 최고경영자(CEO)는 “당국이 MMF에 수수료를 강요하는 바람에 중요한 목표를 놓치게 됐다”며 “펀드 탄력성 문제는 고려할 가치가 충분하지만, 결과가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개혁 모임인 ‘더 좋은 시장’은 “규제당국이 MMF 운용사에 대해 은행에 요구하는 수준으로 자본을 쌓도록 요구했어야 한다”며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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