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이 넘는 모태펀드를 운용·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가 설립 후 처음 부대표직을 신설하고 이병권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사진)을 내정했다. 신임 이병권 부대표는 대표이사와 함께 한국벤처투자의 주요 경영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은퇴를 앞둔 고위 공무원의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이병권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을 부대표로 내정해 정부의 인사 검증을 받고 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르면 이달 중 취임 절차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권 청장은 1995년 행정고시(39회)로 공직에 입문해 중소기업청 벤처투자과장, 중소벤처기업부 성장지원정책관, 정책기획관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으로 취임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운용자산과 조직 등 규모가 외형적으로 커지다 보니 기관 운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부대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누가 부대표로 오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의 주요 임원은 대통령실과 중기부 출신 인사들이 독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인 유웅환 대표를 비롯해 대통령실 출신 우승봉 상임감사, 직전까지 중기부 출신이 맡았던 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부대표직은 상임이사의 직책을 사내이사에서 부대표로 격상한 형태로, 임원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상임이사였던 중기부 출신 신성식 이사는 임기 시작 6개월 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의원면직됐는데, 이를 대체하는 인사로 볼 수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상임이사 임기는 3년으로, 2년 6개월 이상을 남겨두고 사퇴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신 이사의 정확한 사퇴 배경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신임 부대표는 단순 이사회 참여를 넘어 한국벤처투자의 주요 경영상 의사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대표이사에 버금가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임이사 역시 연봉이 높고 기관장급 의전과 대우를 받아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선망하는 자리였다. 한국벤처투자는 상임이사에 성과급을 포함해 2억 원에 달하는 연봉과 더불어 개인 집무실과 비서, 차량과 개인 기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부대표는 기존 상임이사보다 직책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더욱 많은 권한도 부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연봉과 복리후생 등 처우도 대표이사급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상임이사는 사실상 중기부 출신 퇴직 공무원들이 독식하고 있는 자리인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자진해서 더욱 늘리는 셈이기도 하다. 한국벤처투자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 내부적으로 부대표 신설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중기부 인사들이 상임이사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존보다 직급과 처우를 높이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