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13일(현지 시간) 최초의 대(對) 중국 국가전략을 공식적으로 의결, 공개했다. 독일은 의약품,전기차 배터리,반도체 등 등 ‘중요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인다는 계획이며,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이 국제질서에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적 조치에 대해서는 모호한 수준에서 언급하는데 그치며 현재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고민도 노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 등 이른바 ‘신호등 연정’은 이날 내각회의를 열어 64쪽 분량의 대중국국가전략을 의결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은 2021년 집권하면서 포괄적 대 중국 전략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대중국전략은 앞으로 독일이 중국과 관계를 맺을 때 일정한 프레임워크 역할을 하며,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지향함을 기본 기조로 한다.
독일은 대중국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변했다. 중국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우리도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생산자·소비자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무역·투자 관계는 유지하면서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게 궁극적으로 독일 경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기업들도 중국과 관련한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본다”며 “기업들과 리스크에 대해 면밀히 논의하고 적시에 파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은 이번 전략에서 중국에 대해 인권이나 법치국가, 공정경쟁 등 결정적인 사안과 관련해서 항상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특히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이 공격적으로 주도권 확보에 나서면서 국제법 원칙이 흔들린다는 게 독일 정부의 지적이다. 독일 정부는 “정치·경제적으로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사태 전개는 유로·대서양 지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안보 정책적,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새로운 대중국 전략을 통해 공격적인 태도로 변한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중국은 파트너이자 경쟁자, 체제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대중국전략의 목표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의존은 추후 피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이에 따른 재정적 위험을 앞으로 점점 더 많이 스스로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의 이번 대중국전략에 대해 “과거보다 강경한 노선”이라면서도 “독일에 대한 중국의 투자 등 최근 문제가 된 점에 대해 어떻게 검토할 계획인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바스프 등 독일 주요 대기업들은 지정학적 문제로 중국 내 사업환경이 복잡해졌지만 중국에 대한 투자규모를 이전보다 2배 가량 늘린 상태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은 역동적 성장시장이자 기술혁신의 동인으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