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척만 한다고 갈등 해결되진 않아"…한일 해빙무드에 교육 교류 '기지개'

한성대생들 5일간 일본서 '문화탐방'
미래세대 주축 '교육분야' 교류 활기
"역사 잊지 않되 무조건 배척도 말아야"
교육당국도 각종 교류 사업 확대 검토
"질적 개선과 지속성 강화 뒷받침 돼야"

한성대 학생들이 지난 11일 일본 도쿄 재일본YMCA회관에 위치한 2·8 독립선언기념자료실을 견학하고 있다. 도쿄=신중섭 기자

“정부 차원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민간에서까지 서로를 배척하고 단절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교류를 통해 서로를 더욱 이해해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한성대에 재학 중인 홍규빈(20·공공행정 트랙 3학년)씨는 “한국과 일본은 지리, 역사, 외교적으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관계"라며 "역사 인식은 바로 갖되 다양한 교류를 지속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씨를 포함해 한성대 재학생 32명은 지난 10일부터 4박5일간 대학측이 제공한 ‘한성대 일본문화 탐방’을 통해 도쿄와 교토를 찾아 일본 속 독립 열사들의 흔적을 살폈다. 열사들의 의거 현장과 야스쿠니 신사 등을 둘러보는 역사 탐방 일정이 이어진 탓에 ‘반일 감정’이 생길 법도 했지만 이를 직접 드러내는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상당수 학생들은 민간 교류를 활성화 해 상호 이해하는 기회를 더 마련하는 것이 역사·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일 해빙 무드를 맞아 양국 교육 분야 교류·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교육 분야는 양국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미래 세대가 주축인 분야인 만큼, 교류·협력의 질적 보완과 함께 지속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성대 기행단이 이번 해외 탐방 목적지를 일본으로 정한 것은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서다. 학생복지위원회 조사 결과 재학생 749명 가운데 일본을 선택한 학생이 48.3%(362명)였다. 몽골, 대만, 홍콩, 기타 지역도 있었지만 각각 10%대에 머물렀다. 한일 관계가 호전되는 상황 속에 대학생들 역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은 이번 탐방에서 3·1운동의 도화선이 된 2·8독립선언 기념 자료실, 이봉창 의사의 히로히토 일왕 폭탄투척 의거지인 일본 경시청, 윤동주 시인이 수학했던 교토 도시샤 대학을 견학해 열사들의 독립 정신을 기렸다. 이 밖에도 조선통신사가 숙박했던 아사쿠사 혼간지, 양함선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포를 설치했던 인공섬 오다이바 등을 둘러보며 한일 양국 역사·문화를 체험했다.


1학년 김하은(18)씨는 “일본은 한국과 여러 부분에서 많이 얽혀있는 나라지만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어 궁금한 점이 많았다”라며 “일본 문화와 함께 일본과 얽힌 한국 역사를 현지에서 적대적인 느낌보다는 일본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성대 학생들이 지난 11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견학하고 있다. 도쿄=신중섭 기자

문화 탐방이나 학술 분야 등 한일 대학 교류는 노 재팬 운동과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양국을 이어주는 ‘끈'이 돼 왔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한·일 공동 고등교육 유학생 교류사업’을 통해 매년 400명이 석·박사 학위과정, 학부 1년 과정, 학부단기 과정 등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참여 인원을 500명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수 년간 사실상 단절됐던 초·중·고 교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초·중·고 학생 규모는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났던 2019년 7000명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1만3000명 대로 올라섰다. 일본에서도 올 3월 일본 구마모토현 루테루고등학교 학생들이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오는 등 한국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진행하고 있는 한일 고교생과 청소년, 교사 대상 학술·문화 교류 사업도 올해는 지난해 참여 인원 255명의 두 배 이상인 570명이 참여한다. 내년에는 630명까지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교류·협력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 개선과 지속성 강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호석 주일대사관 수석교육관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한일 양국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규모 확대도 중요하지만 교류 프로그램이 교육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개선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질적 측면에서의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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