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삶이란 뭘까? 무대 위 질문에 인문학이 답했다

■뮤지컬 인문학(송진완·한정아 지음, 알렙 펴냄)
잘 짜여진 각본에 인간군상 담아
스펙타클 무대·연기·노래로 표현
뮤지컬은 우리들의 '인생 축소판'
배우 한정아·공연 기획자 송진완
역사부터 사랑받는 이유 소개하고
7개 명작 통해 '인문학 요소' 해석


뮤지컬과 인문학은 기묘한 조합처럼 보인다. 뮤지컬은 즐길 수 있는 예술이고, 인문학은 배워야 하는 대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그려낸 뮤지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 책의 제목이 ‘뮤지컬 인문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은 “뮤지컬은 드라마, 음악, 춤 등을 통해 동질감을 이끌어내며 우리 삶의 방식에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부딪히며 인생 철학을 만들어 낸다”면서 “관객들은 이런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감정을 해소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평했다.


책은 뮤지컬 배우 출신 한정아가 소개하는 1부 ‘뮤지컬 세계로의 초대’와 공연기획자 송진완이 서술하는 2부 ‘뮤지컬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으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는 뮤지컬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뮤지컬이 지닌 혼종성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말한다.


19세기 중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태동한 이래, 시대에 따라 뮤지컬이 담아내는 메시지도 달라졌다. ‘사운드 오브 뮤직’ 등 1940년~1960년대 황금기에 정립된 뮤지컬의 양식이 1970년대 청년 세대의 급진적 문화에 영향받아 변모한 것이 일례다. 이러한 흐름도 잠시, 1980년대 본격적인 뮤지컬 산업화를 맞이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명작이 탄생한다. 1990년대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라이온 킹’이 무대에 오르는 등 뮤지컬의 기업화와 리바이벌이 절정에 달한 시대였다.


뮤지컬은 시대가 아닌 장르에서도 경계를 없애 왔다. 미술과 고전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은 뮤지컬은 복합적인 매력이 눈에 띄는 종합 예술이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예술성과 상업성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게 된 뮤지컬은 대중의 보편적인 삶을 가장 가깝게 그려냈다. 무대 위 희로애락이 현실과 닮아 있을수록 대중의 사랑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2부에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 등 7개의 명작 뮤지컬을 통해 인문학적 사유를 펼친다. 책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 중에는 마주하기 불편해서 회피하고 싶은 진실도 있음을 떠벌리는 순간 뮤지컬은 비로소 인문학과 완전하게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뮤지컬에는 인간의 심리 저변에 있는 진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책은 ‘인간 예수’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인간의 열망을 다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지킬 앤 하이드’ 속 지킬과 하이드의 내적 갈등으로 드러나는 19세기 근대 과학의 정신, 신자유주의와 충돌하는 영국 탄광 노동자들의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린 ‘빌리 엘리어트’ 등을 살펴보면서 색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마지막장에서 책은 뮤지컬 ‘라이온 킹’에 대해서 인문학적 사고로 브로드웨이에서 기념비적인 성공 신화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인간 배우가 동물 캐릭터와 합쳐지고 무대 장치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등의 과감한 시도는 뮤지컬의 장벽을 깨는 데 일조했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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