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보다 2배 이상 강한 비가 최근 매일 쏟아지고 있다. 보통 1시간 강수량이 30㎜를 넘으면 ‘집중호우’라고 부르는데 올해 장마가 시작된 이후엔 시간당 60㎜를 웃도는 ‘극한호우’가 내리고 있다. 장마철에 접어든 이후 폭우로 사망·실종 등으로 20명에 육박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극한호우’는 ‘1시간에 50㎜’와 ‘3시간에 90㎜’를 동시에 충족하는 비를 뜻한다. 단순히 강수량 총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매우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단적인’ 비를 설명하기 위해 이 개념을 도입했다.
특히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1시간당 76.5㎜에 달하는 장대비가 뿌려졌다. 이는 올 여름부터 기상청 긴급재난문자 발송 대상에 들어간 ‘극한호우’ 기준을 충족했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와 같이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극단적 폭우’가 발생할 때 피해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극한호우가 쏟아지면서 이 시스템이 시작된 첫 해 최초 발송 사례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중부지방 집중호우 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한 시간 동안 141.5㎜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비공식 수치이긴 하지만, 서울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로 기록됐다.
이런 패턴은 올해 장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비가 가장 많이 쏟아진 곳은 충남 청양군 정산면으로 오전 3시 48분부터 1시간에 51㎜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전북 군산시와 경북 문경시에는 14일 하루에만 비가 372.8㎜와 189.8㎜ 내렸는데, 이 역시 해당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일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전북 전주시(14일 일강수량 251.5㎜)와 부안군(194.5㎜), 충남 서산시(208.1㎜)와 금산군(195.1㎜)에서는 ‘7월 일강수량 최고치’가 경신됐다.
이 같은 폭우 원인은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저기압 뒤에서 부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부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비구름대를 잘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가 습한 공기 밑을 파고들면서 습한 공기가 급상승했고 이에 비구름대가 높은 고도까지 만들어졌다. 이는 곧 ‘매우 많고 매우 강한 비’로 이어졌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몬순 기압골 때문에 지상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되고 대기 상층으로는 북쪽 저기압 때문에 한랭건조가 들어오는 상황은 비의 재료도, 비를 만들 조리도구도 모두 갖춰진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장마철은 올해처럼 이름값을 하는 때도 있지만 재작년처럼 단 17일에 그치고 지나갈 때도 있는 등 ‘들쑥날쑥’이다. 일각에서는 ‘장마’라는 표현을 포기하고 ‘우기’ 등 다른 용어를 찾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극한 기후 현상과 마찬가지로 ‘극한호우’ 현상도 기후변화 문제로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1시간 강수량 50㎜와 3시간 강수량 90㎜ 모두 달성)에 부합하는 비는 2013년 48건에서 2017년 88건, 2020년 117건, 작년 108건 등 연평균 8.5%씩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예보 브리핑에서도 최근 강수 현상에 대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추가 피해 예방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