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바다…크루즈 앞 펼쳐진 처참한 광경, 무슨 일이

지난달 15일 고래의 피로 붉게 물든 페로제도의 모습. 사진 제공=해양보호단체 씨 셰퍼드

크루즈를 타고 대서양 북부 항구에 도착한 승객들 눈앞에서 고래 78마리를 도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앰배서더 크루즈 라인' 승객들이 지난 9일 덴마크령 페로제도 수도인 토르스하운 항구에 도착했을 때 바다가 고래의 피로 물든 처참한 장면을 마주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지 어부들은 모터보트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해안으로 고래들을 몰고 와 갈고리로 걸어 도살하는 연례 고래 사냥을 벌이고 있었다.


크루즈 업체는 매년 이맘때 고래 사냥이 열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따라서 승객들이 굳이 이런 잔인한 도살 장면을 목격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업체 측은 "마침 우리 승객들이 항구에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져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우리 배에 타고 있다 이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모든 분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고 성명을 통해 사과했다.


앞서 2021년 9월 업체는 페로제도 측에 돌고래 사냥 축제와 관련해 당혹감을 표시했고 영국 환경단체와 함께 고래 사냥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페로제도에서 사냥 당한 고래. 사진 제공=해양보호단체 씨 셰퍼드

북대서양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작은 섬 18개로 이뤄진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는 수백년 전부터 이맘때 고래를 대량으로 사냥해왔다.


사냥한 고래는 겨울을 위한 식량으로 축적했는데 이런 전통은 더 이상 겨울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현대에까지 명맥이 이어져 왔다.


페로제도에서는 고래 수십 마리를 해변으로 몰아넣은 뒤 사냥하는 것은 전통이자 축제처럼 여겨졌고 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페로제도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라인드’(grind)라고 부르는 대규모 고래 사냥법을 이용한다. 고래나 돌고래를 날카로운 사냥도구로 자르듯 사냥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로 인해 매년 사냥철이 되면 페로제도 앞 바다가 고래 피로 붉게 물든다.




지난달 15일 고래의 피로 붉게 물든 페로제도의 모습. AFP 연합뉴스

올해는 지난5월부터 이 사냥이 재개됐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페로제도 정부 측은 “어제 두 번의 대규모 사냥이 있었고 각각 266마리, 180마리의 고래를 사냥했다”며 “고래는 수세기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의 양식이 됐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외국 동물보호단체 등이 지역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되레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 또한 “국내법을 지키며 되도록 고래들을 덜 고통스럽게 죽이고 있다”면서 “페로제도 인근에만 10만 마리에 달하는 고래가 서식하는데 우리들이 잡는 것은 수백마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속가능성’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해양환경 보호단체인 씨셰퍼드 측은 지난해 “페로제도의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현장에서 고래가 피를 흘리며 사냥당하는 모습을 보며 웃거나 농담을 던진다. 관광객들은 죽은 고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며 “올해 가장 끔찍한 모습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 고래가 엄마 뱃속에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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