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남유럽에서 섭씨 40~50도에 이르는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무더위가 서부 지역까지 확산되며 각지에 폭염경보가 발령됐고 유럽도 산불 등의 피해가 이어지며 ‘극한적인 기상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상청(NWS)을 인용해 “1억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폭염주의보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섭씨 43도(화씨 110도)의 끊임없는 무더위가 피닉스와 텍사스 등 남부 지역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남서부 상공의 고기압이 고온의 공기 덩어리를 가두는 ‘열돔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45개 지역이 주말 동안 최고기온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기온은 이날 오후 50도까지 치솟았다. 데스밸리는 16일 최고 54.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에서만 2500만여 명이 폭염경보와 주의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애리조나 피닉스의 경우 이날 43.3도를 기록하며 16일 연속 기온이 37.8도를 넘어섰다.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 12명이 열 관련 질환으로 숨졌으며 관련성이 의심되는 55건도 사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네바다주 역시 최고기온이 49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도 남부를 중심으로 폭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날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전역이 40도 이상의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로마·볼로냐·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서부 사르데냐는 최고기온이 48도를 돌파했다. 이탈리아 기상청은 “시칠리아와 사르데냐는 유럽 최고기온인 49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전역에 40도 이상의 무더위가 지속되자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주간에 폐쇄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관광객들의 아크로폴리스 출입이 제한된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에서는 라팔마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 2000명이 대피했고 4500ha의 산림이 파괴됐다. 세르비아·헝가리 등에서도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아 유럽 폭염의 여파가 발칸반도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엔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지구 평균 기온은 17도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3~7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함께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2018년 실시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여름 평균 기온이 화씨 1도 오르면 연간 생산 증가율이 0.15~0.2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