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희생자가 늘어난 가운데 청주시와 흥덕구 등 관할 지자체의 허술한 대처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존 노선이 침수돼 우회한 747번이 궁평2지하차도에 진입한 찰나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진입을 막지 않은 지자체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공론이 형성돼 있다.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주시는 당초 “매뉴얼에는 교통통제에 관한 내용은 안 나와 있다”고 밝혀 차량 진입을 막지 않은 책임을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매체는 청주시의 자연재해 ‘표준행동요령’(매뉴얼) 226쪽 ‘하천과’ 편을 확인해보니 ‘비상단계 침수·범람지역 주민대피, 통행제한’이라고 명시돼 있음을 확인했다.
한 술 더 떠 청주시는 전날 궁평2지하차도가 이미 침수돼 구조활동이 벌어지고 있던 시점에 관내 시내버스 회사에 이곳으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가 사고가 발생한 현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시의 재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오마이뉴스가 청주 시내버스 회사 관계자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50분께 시는 관내 시내버스 회사에 미호대교를 지나는 시내버스는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금강유역환경청의 지시로 미호대교에서 차량통제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 지시를 내린 시각은 침수 사고가 접수된지 5분 정도 경과한 시점이었다. 이미 궁평2지하차도는 출입이 통제된 채 청주소방서 대원들이 궁평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 출동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던 시각이었다. 뒤늦게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미뤄볼 때 청주시는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된 사실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의 재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은 셈이다.
또 흥덕구청 역시 사고 첫날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으나 이후 “통보는 받았지만 교통통제 하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4시간 전인 전날 새벽 4시10분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 발령했다. 당시 수위는 홍수경보 기준(8m)을 43㎝ 남겨둔 상태였다. 이어 사고 2시간 전인 아침 6시31분 관할인 흥덕구청 건설과에 미호천의 위험 상황과 교통통제·주민대피 조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동련 흥덕구청 하천방재팀장은 “한 직원이 통보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 주민통제·대피 등 매뉴얼대로 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흥덕구청은 청주시 하천과·안전정책과 등에도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지하차도 교통통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차도와 도로를 관리하는 충북도와 도로관리사업소 또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강종근 충북도 도로과장은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확인했는데 이상이 없어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 홍수·범람 등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는데 순식간에 물이 한꺼번이 쏠려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폭우 이후 지하 차도 침수를 막기 위해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겠다는 대책을 진작 수립했었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 예산을 지난달 29일에서야 행정안전부로부터 약 7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서울경제의 단독 보도로 파악됐다. 미호강이 지난해 ‘홍수 취약 하천’으로 지정됐지만 홍수경보 발령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제방이 무너져 내린 것 역시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