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한전, 11개월 만에 역마진 구조 탈출

5월 판매단가 138.8>구입단가 132.4
누적적자 해소 난망…올여름 폭염 변수로


재무난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이 ‘역마진 늪’에서 빠져나오며 한숨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전이 공개한 ‘5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32.43원으로 판매단가(138.83원)보다 6.4원 낮았다.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추월하며 10개월 연속 유지됐던 역마진 구조에서 탈출했다.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높아진 것은 국제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 3월 이후 전기요금도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kWh당 40.4원(39.6%) 인상됐다.


한때 -70.75원(2022년 9월)에 달했던 역마진(판매단가-구입단가) 구조는 2021년 이후 45조 원에 달하는 한전 누적적자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한전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전기요금 정상화 덕에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서 11개월 만에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다만 그간 쌓여 있는 적자를 모두 털어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흑자 전환 역시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는 전기요금 산정 시 반영되는 '총괄원가'에 전력 구입단가와 판매단가뿐 아니라 전기의 생산·공급에 들어가는 일체의 영업 비용과 법인세 비용, 송·배전망 등에 대한 보수 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통계상 구입단가와 판매단가 차이가 '플러스'로 전환하더라도, 재무적으로 영업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전기 판매수익과 구입 전력비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과 영업비용의 차이를 상회할 수 있도록 전력 구입단가보다 판매단가가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전 실적에 대해 “연간 기준으로는 적자가 불가피하나 적어도 분기 단위 적자는 2분기를 마지막으로 상당 기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나타나는 비용 절감 모멘텀(동력)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난히 고온다습한 날씨는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여름 폭염이 발생할 경우 가구별 전력 사용이 늘어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한시적 전기요금 할인 정책 등을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정책 변수는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2016년과 2019년 ‘요금폭탄’ 논란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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