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금리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 자금이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4종목은 모두 미국 채권을 담은 ETF다. 올 상반기만 해도 순매수 상위 5종목 가운데 채권형 ETF가 1종목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들어 선호 투자처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미국 채권 중에서도 20년물 이상 장기 국채 ETF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1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불 3X ETF’다. 개인들은 이달에만 이 ETF를 총 1억 1467만 달러(약 1452억 원)어치나 사들였다.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국채 불 3X ETF는 미국 장기채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차입) 상품이다. 그 뒤를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 ETF’ 5524만 달러(약 699억 원),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 엔화 헷지 ETF’ 4726만 달러(약 598억 원),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 바이라이트 ETF’ 3824만 달러(약 484억 원) 등이 이었다.
이에 반해 개인들의 국내 채권 매수세는 약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채권 유통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은 1조 924억 원에 그쳤다. 현 추세대로면 7월 전체 순매수액이 지난달 3조 2550억 원보다 한참 적은 2조 원대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들어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이 가장 적었던 달은 1월 2조 8290억 원이었다. 개인의 채권 순매수세는 4월 4조 2479억 원을 고점으로 이달까지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25∼26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다. 주식 시장이 방향성을 잃은 상황에서 금리 전망도 불투명하자 그나마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 국채에 단기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정된 투자 재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한국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채권은 환율의 영향도 받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증권사의 한 채권 담당자는 “채권 매매를 통한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자 입장에서는 국고채 대비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의 미래 기대 수익률(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 상승)이 더 높다”며 “올 하반기 말이나 내년 상반기 초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