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의 폭우 피해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배추 값 폭등이 불러 온 ‘김치 대란’ 재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농산물 외에도 소금(천일염) 가격이 민감한 이슈로 부상한 만큼 업계도 핵심 재료 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배추 10㎏당 평균 도매가는 1만 440원으로 한 달 전(8308원)보다 25.7% 뛰었다. 1만 5000원대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짧은 기간 가격 오름 폭이 컸다. 물폭탄이 고랭지 배추 산지인 강원 태백의 일부 농가를 휩쓸면서 모종을 다시 심어야 하는 상황이 된 데다 이마저도 출하 지연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해 생산을 포기하는 곳들이 나올 경우 상품(上品)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대파·양파·미나리 등 속재료용 채소의 가격이 폭염·폭우, 병충해로 부담스러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정부가 올해 11년 만의 최대 규모로 배추·무를 비축해 가격 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올해는 천일염 품귀 현상으로 국산 소금·젓갈류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김장 물가와 심리적인 부담 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물가와 작황 부진, ‘김포족(김장 포기족)’ 급증으로 일시 품절을 비롯해 공급 차질을 빚은 바 있는 포장 김치 업체들도 올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찌감치 물량 확보에 나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노지 봄배추 저장량은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41.8%, 33.4% 증가했다. 김치 업체들이 여름 배추 수급 불안에 대비해 계약 물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6월 말까지 확보한 물량은 8~9월 여름 배추 작황 부진해 대비해 7월 하순부터 본격 사용될 예정인데 문제는 지난해처럼 이상기후에 병충해가 겹쳐 수요가 예측 밖의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김치 제조 업체 관계자는 “통상 4개월 이상 물량을 비축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지난해는 수개월치가 한 달 만에 소진됐다”며 “국산 재료를 많이 쓰는 제품 특성상 아무리 비축을 한다 해도 예상하지 못한 기후 이슈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아직 폭우에 따른 수급 문제나 사재기 조짐은 없지만 지속해서 산지 상황을 확인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