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거식증,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의료조력 사망'(MAID)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개정안을 시행한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은 2024년 3월부터 캐나다에서 거식증,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자도 MAID를 신청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MAID란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로 스스로 삶을 끝맺는 방식이다. 앞서 캐나다는 2016년 알츠하이머 등 말기 질환자만 의료조력 사망을 합법화한 데 이어 2021년 불치병 환자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오는 2024년 3월부터는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도 존엄사가 허용되는 개정안이 실시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 2명으로부터 환자의 정신 상태가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확인이 될 경우 90일 안에 존엄사가 허용된다.

이번 법안 개정은 8살 때부터 섭식장애를 갖게 된 47세 캐나다 여성 리사 폴리가 정신과 의사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014년 4월부터 의료조력 사망에 대해 논의해왔다.

그녀의 주치의이자 토론토 대학의 조교수인 뎀보는 로이터 통신에 폴리가 "매우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캐나다 법이 개정된 후 조력 사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폴리도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나는 내 인생을 이미 다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커지고 있다. 토론토 써니브룩 건강과학센터 수석 정신과 의사인 소누 게인드는 "법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정신질환이 정말로 치료 불가능한지 여부를 결정하고 병적자살과 죽고싶은 이성적인 욕구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스위스를 비롯해 캐나다, 미국, 호주(6개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조력 사망을 합법화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오리건, 버몬트, 메인, 콜로라도, 하와이 등 1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말기 환자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2021년 캐나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전체 사망자의 3.3%에 해당하는 1만 64명이 조력사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