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뮤지컬 전담기구 만들자

박민주 문화부 기자


“어느 때보다 정부의 지원이 중요합니다. ‘뮤지컬산업진흥법’이 국회를 속히 통과해야 합니다.”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이 지난달 말 ‘K뮤지컬 비전 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바야흐로 K컬처의 시대다. 공연계에서도 빛을 발하는 ‘K’가 있다. 국내 공연 시장의 76% 이상을 차지하는 뮤지컬 말이다. ‘K뮤지컬’은 사상 최초로 지난해 4000억 원이 넘는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뮤지컬의 흥행은 두드러졌다. 공연 건수와 티켓 판매 수, 티켓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이상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마리 퀴리’ ‘베토벤’ ‘엑스칼리버’ 등 창작 뮤지컬의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뮤지컬 산업을 독립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전담 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문화 예술의 정의 규정에 뮤지컬이 추가되며 뮤지컬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됐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뮤지컬은 춤·노래·무대미술을 종합하는 예술인 만큼 필요한 예산의 규모도 크다. 톱스타급이 출연하는 대극장 뮤지컬의 회당 제작비만도 최대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제작비 대비 공적 지원은 적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의 기존 사업을 합해 연간 총 69억 원 내외가 지원되고 있다. 게다가 관련 기관도 여럿이어서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올해 초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에서 전담 기구를 마련해 정기적인 뮤지컬 산업 진흥 계획을 수립하고 인재 육성, 통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의도다. 그럼에도 아직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다.


뮤지컬 업계가 앓고 있는 문제도 산적하다. 공연 영상 온라인 스트리밍이 활성화되면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례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은 커졌지만 대형 뮤지컬 위주로 편중돼 있다는 점 또한 꾸준히 지적된다. ‘터닝 포인트’에 다다른 뮤지컬 산업이 기존 문제점을 해결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뮤지컬만의, 뮤지컬을 위한 해결사가 필요하다. 전담기구를 통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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