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투자' 글로벌 1위…韓 고속도로 등 41곳서 11조 운용

■ 국내 진출 23년 맥쿼리 운용은
LG CNS·SK쉴더스 등 빅딜 성사시켜
올 1조 규모 블라인드 펀드 결성 박차

닉 반 겔더(오른쪽 세 번째부터) 당시 맥쿼리신한인프라자산운용 사장, 존 워커 전 맥쿼리 한국 대표가 2006년 3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맥쿼리인프라투융자회사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거래소


‘틀 속의 자유’


호주에서 직원 3명의 작은 무역은행으로 출발해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회사로 성장한 맥쿼리그룹은 리스크는 철저히 관리하되 직원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투자 철학을 가졌다. 미국과 유럽 일색인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 호주 출신으로는 드물게 인프라자산운용 업계 세계 1위에 오른 동력이기도 하다.


벤 웨이 맥쿼리자산운용 글로벌 대표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맥쿼리자산운용 한국 대표 중 마지막 외국인이었다”면서 “맥쿼리는 진출한 각 나라에서 경험이 풍부한 현지 전문가가 리더십을 갖고 일하도록 전적으로 맡긴다”고 강조했다. 맥쿼리자산운용 한국법인도 김용환 대표가 한국과 일본 사모 인프라 투자를 포함해 전체를 대표하지만 공모인프라펀드는 서범식 대표가 맡고 있다. 진출 국가별, 자산별로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셈이다.


맥쿼리는 1969년 영국 은행인 힐새뮤얼의 호주 자회사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랐던 호주 인프라 산업 민영화 시기에 투자업에 뛰어들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로 변신한다. 지금도 맥쿼리그룹 내에 인터넷뱅크·상품거래소·투자은행 등이 있지만 그룹의 중추는 맥쿼리자산운용이다.


2000년대 유럽과 미국·아시아에서도 인프라 민영화 바람이 불자 해외에 진출한 맥쿼리자산운용은 글로벌 금융회사를 제치고 수년째 인프라자산운용사 중 1위에 올라 있다. 미국·한국 등 전 세계 34개국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8708억 호주달러(약 751조 6310억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 사무소는 2000년 설립 당시 직원 5명으로 시작해 3만 6000여 명의 그룹 전체 직원 중 180명이 한국에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현재 12개의 공모·사모펀드를 통해 국내 41개 인프라 자산에 투자했다. 전체 국내 투자 규모는 올해 7월 기준 11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대표 펀드는 2006년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국내 최초의 인프라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와 사모펀드인 맥쿼리한국오퍼튜니티펀드(MKOF)다. MKIF는 서범식 대표가, MKOF는 김용환 대표가 운영한다.


맥쿼리공모펀드는 유료 도로와 터널·도시가스 등 민자사업을 운영하는 법인의 지분과 채권 등에 투자하고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11일 기준 시가 총액은 5조 930억 원이다.


대표 투자 자산으로는 인천~김포 고속도로와 부산항신항 제2배후도로, 인천대교 등이 있다. 2008년에는 서울지하철 9호선에 투자해 6년 만인 2013년 지분 24.5% 등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11개사에 1314억 원에 매각해 주식 매매로만 284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맥쿼리사모펀드는 7월 누적 기준 운용자산(AUM)이 비상장펀드를 포함해 6조 2000억 원에 달한다. 2020년 MBK파트너스로부터 산업용 가스 업계 1위인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 지분 100%를 2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폐기물과 도시가스 사업 등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쿼리가 투자했던 SK쉴더스는 올해 3월 유럽 최대 사모펀드(PEF)인 EQT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높은 성과가 기대된다. EQT는 SK스퀘어가 보유한 SK쉴더스 지분 약 30%와 맥쿼리자산운용 지분 36.87%를 2조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2018년 SK텔레콤이 2조 9760억 원에 SK쉴더스를 인수할 당시 재무적투자자로 5744억 원을 투자했다.


그 밖에 LG CNS 지분 35%를 인수하기 위해 1000억 원을 투입했고 LG그룹 부동산 시설 관리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 FM사업부 지분 60%를 인수하는 데 4000억 원을 투자했다. 5월에는 MBK파트너스로부터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4000억 원에 인수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올해 최대 1조 원을 목표로 여섯 번째 블라인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조성)펀드를 결성해 디지털 인프라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투자의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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