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되풀이되는 수해 참사, 재난 대응 매뉴얼 촘촘히 짜서 실행하라

여름철 폭우로 인한 수해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차량 침수 사고 사망자는 이날 저녁 현재 14명에 달했다. 지난해 여름에도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과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갇혔던 7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선제적 수해 대응을 다짐했지만 올해도 지하 시설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반복됐다.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옆의 둑이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하천 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전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강 수위가 ‘심각’까지 도달해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구청에 교통 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적절한 시점에 지하차도의 차량 통행만 막았더라면 참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가하천인 미호강 관리 주체는 기본적으로 국가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을 제외한 국가하천의 유지·보수는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청주시는 사고 구간 일대는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할이라며 책임을 행복청에 돌리고 있다. 경찰은 도로와 제방 관리 책임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관련 공직자들의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 회피를 중단하고 수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하 시설 전반의 실태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침수 예방부터 관련 경보, 비상 대피까지 재난 대응 매뉴얼을 촘촘히 짜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현상으로 ‘극한 호우’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으므로 정부와 지자체는 더 치밀하게 재난 대응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