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 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세계 주요 17개국 중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DSR이 높으면 과도한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증가 속도 역시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에 달해 BIS 조사 대상 43개국 중 스위스·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가계 부채는 지난 20년가량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지만 최근 몇 년간의 저금리 기조 속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가 폭증하는 바람에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가계 대출은 올해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6월 은행권 가계 대출 잔액도 1062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2월부터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데다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 가계 대출이 19년 만에 감소했던 지난해와는 완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는 간신히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금융 불안, 나아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까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력을 가진 뇌관이다.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빚투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뇌관에 불이 붙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가계 부채를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로 지목하며 “가계 부채 연착륙을 통화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가계 부채 규모를 점진적으로 낮춰 금융 안정을 유지하도록 거시·통화정책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 대출 보증 한도 조정, DSR 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한편 취약 계층을 위한 소액 대출과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 정비, 금리 정책까지 염두에 둔 전방위 대책으로 안전핀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들도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