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아 가해자 일부는 징계 처분 등을 받았으나 나머지와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 중입니다. 퇴사한다고 했더니 '개인 사유'라 쓰고 퇴사하라고 하네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신고했더니 해고당했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노동청에 신고했더니 회사에서 벌금을 내고 실업급여를 취소하겠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7일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퇴직자에 대한 회사의 허위 신고와 협박 등 '갑질'로 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더 문제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이 넘어야 하고, 비자발적 퇴사로 실직 후 구직활동을 해야 하지만 '비자발적 퇴사'를 인정받기가 가장 어렵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이 단체는 "고용보험 상실 신고 코드를 회사만 입력할 수 있어서 회사가 권고사직과 직장 내 괴롭힘 등 '비자발적 퇴사'를 '자발적 퇴사'로 만드는 허위 신고가 판을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지원금을 받는 회사는 고용보험 상실 코드를 '권고사직'으로 입력하면 지원금이 끊겨 직원을 괴롭혀서라도 '자발적 퇴사'에 동의하도록 하는 수법이다.
직장갑질119는 "가장 악랄한 수법은 회사가 부정수급으로 신고해 실업급여를 토해내게 하는 경우"라고도 강조했다.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 임금 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하면 신고를 취하하도록 압박하려고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상실 신고 코드를 정정해서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겠다"고 협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하청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전면 적용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지난 3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작년 1월 이후 실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13.7%였다.
이들의 실직사유는 계약기간 만료(83.2%),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25.5%), 비자발적 해고(23.4%) 등 '비자발적 퇴사'가 대부분이었다. '자발적 퇴사'는 16.8%에 그쳤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실업급여가 노동자 재취업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아닌 '사장님 쌈짓돈'이 됐다"며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노사 양측에 균등 부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경우 고용센터에서 직권으로 실업급여 지급 여부 판단, 정부지원금 중단 사유에 '자진 퇴사 강요' 추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영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실업급여를 받겠다고 실업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시럽급여'라는 유치한 말장난에 기댄 실업자 모욕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실업급여 갑질' 단속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연 공청회 뒤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