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식량위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없이 해상 곡물 수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은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지속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며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곡물 공급이 계속되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곡물협정 중단 결정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취약 계층을 더욱 큰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국제적인 밀·옥수수·콩 가격 폭등을 목도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이날 러시아 측의 결정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식량 문제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EU는 전 세계 취약층을 위한 식량안보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EU 연대 회랑’을 통한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이번 협정 종료는 최종적인 결정”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 대화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과 유엔·튀르키예가 맺은 협정은 유효한 만큼 곡물 수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결정이 “기아를 무기화하고 세계 식량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두렵지 않다. 러시아 없이도 흑해 회랑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과 튀르키예 간 협력을 통해 흑해에서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그는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식량 공급 안정을 위해 책임 있는 나라들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