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폐업 급증에 부실률 치솟아…위탁보증 예산 고갈 3년 빨라져

[소상공인 부실 경고등]
◆ 신보 대위변제 예산 52% 확대
작년 부실률 1년새 두배 뛰어 4%
대위변제 매분기 200억 이상 늘어
대부분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하반기부터 청구액 급증 가능성
심사기준 허술…부실 자초 지적도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기획재정부를 찾아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에 대한 추가 예산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사업 초인 2020년에 받은 예산 6100억 원이 올해 말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해당 예산은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상환 기준)에 맞춰 배정됐지만 고갈 시점이 계획보다 무려 3년이나 앞당겨졌다.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연말이면 기존 재원이 소진돼 당장 내년에 쓸 돈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면서 “3년간 미뤄둔 원금 상환 시점이 도래한 만큼 앞으로 나갈 돈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커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신보가 보증하고 은행에서 최대 4000만 원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20년부터 3년간 한시 도입됐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사업에 대한 신보의 재원이 빠르게 고갈된 것은 해당 상품의 부실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보증 상품 부실률 추이를 보면 사업 초기인 2020~2021년 2%를 넘기지 않았으나 지난해 말 3.9%로 배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는 오름폭이 더 커져 1분기 기준 9.3%까지 치솟았다. 신보는 당초 올해 말 부실률을 6.6%로 예상했으나 이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은행들이 소상공인에 내준 대출이 연체되는 등 채권이 부실 처리되면 결국 신보가 은행에 돈을 대신 갚아야 한다.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4분기 500억 원대로 올라선 뒤 올해 2분기 1057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 분기 200억 원 이상 늘고 있다. 신보는 올해 대위변제액만 364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52.4% 증가한 5555억 원으로 예상하고 내년도 기금 운용 계획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앞으로 대위변제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대부분 3년 거치, 2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이뤄졌다. 사업 시작 후 3년을 넘긴 올 하반기부터 상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부실 청구액도 가파르게 늘 수 있다. 신보가 내년 위탁보증 사업 부실률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특히 최대 대출액이 4000만 원인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부실이 커지는 점에 주목한다. 상대적으로 소액의 대출을 갚지 못할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재정 당국 관계자는 “올해부터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잠정 부실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았는데 그보다도 더 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올해 하반기부터 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했던 개인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지원 조치가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 금융권 전반적으로 ‘코로나 청구 대금’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이미 위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자영업자의 금융권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오른 1%를 기록했다. 상승 폭은 지난해 3분기(0.06%포인트), 4분기(0.12%포인트)보다 많게는 6배가량 뛰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되면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 상품 자체가 허술하게 설계돼 부실을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심사 과정에서 다른 보증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차주의 상환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가령 일반보증의 경우 신용도와 차입금 상환 능력, 재무 건전성 등 다양한 항목을 따지지만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금융회사 대출금 연체나 세금 체납 여부 등만 심사해 대출을 집행한다. 일반보증과 달리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심사를 위한 현장 조사 절차도 건너뛴다.


당국은 신보의 내년도 사업 계획 등을 심사한 후 추가 예산 배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예산이 더 배정되지 않으면 신보는 벤처 보증 지원 사업 등 다른 사업비를 전용해 늘어난 빚을 갚아야 한다. 금융권 인사는 “당국에서 기존에 받은 돈으로 대위변제액을 충당하고 있는데 추가 예산 지원이 없다면 다른 사업 예산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면서 “소상공인 보증 손실을 막으려다 신보 본래의 역할을 못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다만 신보 관계자는 “소상공인 위탁보증 재원을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의 상환 부담을 덜고자 거치 기간을 연장했고 폐업 외 부실 사유가 없는 경우 부실 처리를 유보해 위험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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