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시켜줄게”…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일당 9명 검거

경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중개보조원 20명도 수사
353억 원 상당의 부동산 153세대 몰수보전 신청 계획

범행과 관련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부.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저지른 일당 9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적용했을 뿐 아니라 조직에 소속된 중개보조원 20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동시진행’ 수법을 통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세입자 153세대의 전세보증금 약 353억여 원을 편취한 공인중개사 A씨 등 7명과 이들의 범행을 도운 중개보조원 2명 등 총 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범죄단체조직, 사기, 공인중개사법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검거한 9명 중 3명은 구속했으며, 소속 중개보조원 20명도 추가로 입건해 공인중개사법위반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동시진행 수법은 소위 ‘무자본 갭투자’로 불리는 방식으로 전셋값을 부풀려 매맷값과 똑같이 맞춘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 매매대금을 치르는 매매 기법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매매가 어려운 빌라를 팔기 위한 수법으로 활용됐으나 전세사기에 악용되고 있다.


피의자 A씨는 2021년 4월 경기 부천에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설한 뒤 같은해 8월 서울 구로에도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 사무소들을 각각 ‘부천지사’와 ‘구로지사’로 일컬으며 ‘동시진행’ 방식의 전세사기 범행을 실행할 공범을 모집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분향대행업자 B씨, 팀장급 중개보조원 C·D·E씨와 바지명의자 F·G 등 6명 등과 함께 ‘범죄집단’을 조직했다.


피의자들은 2021년 7월 경부터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바지명의자를 정상적인 ‘투자자’나 신뢰할 수 있는 ‘임대사업자’로 속였고, 이를 믿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부동산 매매대금을 치른 뒤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바지명의자 앞으로 이전했다.


전세 계약기간 만료 전에는 바지명의자를 파산시키려고 계획했다. 처음부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는데도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았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넘기기 위해 임대보증보험을 발급받았다.


경찰은 계약기간 만료와 피의자의 파산에 앞서 바지명의자 앞으로 등기된 부동산을 전수조사해 피해자를 찾아냈다. 전세사기 물건으로 확인된 부동산 153세대에 대해서는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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