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기구(WHO)가 시럽 등 의약품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하면서 제약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아스파탐에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아스파탐을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담 역시 상당한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의약품에 포함된 아스파탐을 대체 물질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약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알약, 시럽제, 비타민제 등 다양한 제형에 들어있다. 국내에서는 허가된 700여개 의약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제약사 중에는 종근당(185750)이 19개 제품으로 가장 많다. 광동제약 15개, 보령(003850)과 보령바이오파마 각각 11개, 한미약품(128940) 9개, 유한양행(000100) 8개, 대웅제약 7개 등이다.
종근당은 어린이용 감기약인 일반의약품 ‘모드콜 시럽’ 1개 제품에 대해서 아스파탐을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아스파탐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첨가제를 교체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현재 유통·생산된 제품을 회수하거나 생산한 물량을 폐기하지는 않고 순차적으로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대체 물질 검토에 들어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의 효과는 유지하면서 아스파탐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스파탐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이 아스파탐 섭취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대체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체 물질 찾기에는 생산부터 행정적인 절차까지 비용이 적지 않아 제약사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망설이고 있다. 아스파탐만큼의 효과를 내는 인공감미료를 찾기가 어려운 데다 감미료에 따라 맛이나 제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약품의 경우에는 생동성 시험을 다시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 제약사에 제품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첨가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복잡한 협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안전하다는 첨가제를 비용을 들여 대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향후 식약처 지침에 따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