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에 개·고양이 1256마리 굶겨죽인 60대…항소심도 동물학대 관련 '법정 최고형'

개와 고양이 1256마리를 굶겨죽인 양평의 고물상. 사진 제공=케어

마리당 1만원의 처리비를 받고 개·고양이 1256마리를 굶겨 죽인 고물상 주인 이모씨(67)가 항소심에서도 동물학대 관련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수원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이준규)는 동물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농장주 등 32명은 2020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자신들이 번식시킨 반려동물 중 나이가 들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동물을 선별해 이씨에게 개 1243마리와 고양이 13마리 등 총 1256마리를 넘겼다. 이 중 7명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지 않고 개 농장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대 농장주 A씨의 경우 수의사 자격이 없으면서 개 50여 마리가 짖지 못하도록 직접 성대 제거 수술을 한 혐의(수의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인천시·경기도·강원도 등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상품 가치가 높은 동물들은 경매장에 팔고 노령견 등 700여 마리는 이씨에게 넘기며 한 마리당 1만원씩 처리 비용을 지급했다. 한 번에 20~30마리씩 냉동 탑차에 실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에게 넘겨진 개들은 밀폐된 냉동 탑차에 실린 채 경기도 양평군 용문리에 있는 이씨의 고물상으로 향했다. 대부분은 고물상까지 가는 도중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개 또는 고양이의 처분 대가로 마리당 1만원가량을 받고 동물을 데려와 사료와 물을 주지 않아 굶겨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은 번식농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버려진 동물을 수거해 사료와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학대 내용과 그 정도, 개체수, 피해동물의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동물의 생명을 경시해 발생한 것"이라며 "동물 생명 보호와 안전 보장과 같은 동물보호법 입법 목적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생활고 때문에 범행한 점, 피고인에게 동물을 판매한 농장의 책임을 감안해도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 3월 케어·카라 등 110개의 단체동물단체 관계자 등 100명 이상이 모여 애초 사건의 발단이 된 반려동물 매매의 금지와 번식장·개농장 철폐를 촉구했다.


동물권 향상을 촉구하는 사회적 움직임에 힘입어 최근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을 규정한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와 함께 동물생산업의 모견 관리(개체관리카드)와 번식 능력이 없는 동물의 처리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고 밝혔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달까지 도내 동물학대 우려지역을 대상으로 13개 수사팀, 25개반 110명을 투입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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