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지방자치단체의 늑장 대응에 따른 인재라는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재난 안전 공무원 가산점 의무화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부실 대응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재난 안전 업무만 맡으면 근무 기간에 비례해 승진 가산점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유인책으로서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재난 안전 업무의 경우 승진 인센티브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력 확충, 권한 및 면책 확대 등 근무 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달부터 임용권자가 지자체에 근무하는 재난 안전 분야 공무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반드시 부여하도록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재난 안전 업무가 주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 업무인데도 격무와 민원 때문에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자체의 재난 안전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검토됐다. 기존에도 자격증 소지자, 도서·벽지 등 특수 지역 근무자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특정 업무에 가산점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파격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법령 개정이 충북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개정된 지방공무원 평정규칙과 충청북도 지방공무원 인사 규칙에 따라 홍수·폭염 등 자연 재난과 화재·교통사고 등 사회 재난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1개월마다 0.05점의 가산점이 반드시 부여된다. 지자체 관계자는 “업무 기피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조건 없는 가산점으로 직무 간 형평성 문제, 의지도 없는데 승진을 위해 업무를 맡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가산점 제도는 재난 안전 업무 기피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라며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업무 지원이 갑자기 늘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난 안전 업무 기피가 인력은 부족한데 책임은 막중한 데서 오는 문제인 만큼 단순하게 가산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4년 세월호 사태 직후 신설된 방재안전직이 재난 안전 업무와 직결된 직렬인데도 대부분 8~9급의 말단직이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권한도 없다는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재안전직이 소수인 데다 역사도 짧다 보니 몇 명 되지도 않고 대부분 지자체 말단직에 있다”며 “행정직이나 토목직 출신 상급자들이 재난 안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관리직을 맡고 있는데 제대로 대응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재안전직 채용 비중을 늘리고 소방이나 경찰처럼 채용 이후에도 전문기관 교육을 이수하는 등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난 안전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적극 행정에 나설 수 있도록 관련 법에 면책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방기본법은 긴급 출동 시 소방차 통행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을 제거해도 된다는 강제처분 조항과 소방 활동으로 타인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면책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재난 안전 업무의 문제는 책임만 지우고 권한은 없다는 것”이라며 “소방이나 경찰처럼 재난 안전을 맡는 방재 인력에게도 업무 시 면책을 준다는 법적 명시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