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작 영화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성 배우가 중심에 선 영화들이 잇따라 공개돼 눈길을 끈다. 배우 김혜수 주연의 한국영화 ‘밀수’와 마고 로비 주연의 할리우드영화 ‘바비’가 그것. 아름답고 또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치열한 일상의 삶을 표현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밀수’에서는 김혜수가 염정아와 함께 해녀들의 경쾌한 해양 활극을 그린다. 1970년대 가상의 도시 ‘군천’을 무대로,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이 밀수에 뛰어들면서 쫓고 쫓기는 스토리를 다뤘다.
김혜수는 생존을 위해 밀수의 판을 키우는 승부사 ‘춘자’ 역을 맡았다. 오해와 배신으로 얼룩진 춘자와 진숙(염정아)의 관계가 스토리의 핵심이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춘자는 근본이 없는 인물이어서 뿌리에 대한 외로움이 있다”면서 “진숙은 처음으로 춘자가 생존이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인물이다. 가족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녀들의 수중 액션 장면은 영화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배우들은 대부분의 장면에서 직접 촬영에 나서며 아름답고 평온한 바다와 대비되는 치열한 액션을 소화했다. 김혜수는 “수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내재된 긴장들이 해제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1970년대 시대상을 녹인 장기하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에 더해 예스러운 패션과 화장은 관객들의 그리움을 불러온다. 김혜수는 “화려한 그 시대의 군상들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앙상블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배우 마고 로비는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에서 ‘1959년 첫 생산된 정형화된 바비’ 역할을 맡았다. 분퐁빛 아름다운 ‘바비랜드’와 다르게 현실에서 바비가 마주한 세상은 무례하고 공격적이다. 설상가상으로 남자친구 켄(라이언 고슬링)이 현실의 가부장제를 바비랜드로 가져오면서 바비들은 주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울감에 빠진 바비를 일깨우는 건 불가능한 완벽함을 강요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토로하는 목소리다.
이달 초 열린 ‘바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마고 로비는 “바비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실제 여성과 상상 속 여성 모두 주어진 모든 기대를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바비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과도 대화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